2026.03.01 (일)

  • 흐림동두천 6.0℃
  • 흐림강릉 6.0℃
  • 흐림서울 9.1℃
  • 흐림대전 7.5℃
  • 흐림대구 7.5℃
  • 흐림울산 7.7℃
  • 흐림광주 11.3℃
  • 흐림부산 8.1℃
  • 흐림고창 9.0℃
  • 제주 10.4℃
  • 흐림강화 6.5℃
  • 흐림보은 6.5℃
  • 흐림금산 7.6℃
  • 흐림강진군 10.4℃
  • 흐림경주시 7.5℃
  • 흐림거제 8.6℃
기상청 제공

[문영희칼럼] ‘자유인 노무현’ 32년만에 귀향

봉화마을 환영 인파 잇따라 언론 국정운영 최대 걸림돌
여론조사 지지율 27% 불과 정당한 평가는 ‘역사의 몫’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은 지난달 25일 새벽 0시를 기해 대통령 권한을 이명박 신임 대통령에게 이양하고 그날 오후,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30-6 봉하(烽下) 마을로 돌아갔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는 환영 나온 인파를 향해 “아~ 기분 좋다”며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귀향한 소감을 털어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태어난 봉하마을은 봉화산 봉수대 아래 작은 농촌이다. 봉수대는 봉화를 피우던 곳이다. 그 아래 마을이라 해서 봉하로 불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는 KTX로 서울을 떠나 밀양역에서 내린 다음 승용차 편으로 고향 마을로 돌아갔다. 그 순간, 봉수대에서는 오래 만에 오색 연기가 피어올랐고, 2008년을 의미하는 2008개의 노란 풍선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는 고향 마을에 마련된 환영식장에서 즉석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을 좀 잘했으면 어떻고 못했으면 어떠냐? 그냥 열심히 했으니 이쁘게 봐 달라”며 “귀향 보고를 하는 이 자리가 가장 보람된 시간인 것 같다”고 어려웠던 재임 5년을 회고했다. 그의 고향 정착은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고향을 떠난지 32년 만의 일이다.

노무현은 임기 말, “고향에 가서 얘기를 해도 가급적이면 현실적으로 정치쟁점하고 부닥치지 않게 주의할 것”이라고 말해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퇴임 며칠 뒤 부산상고 동창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해 “여론이 나빴다는 것은 인정한다. 말년에는 오만한 대통령으로 남았지만, 언론과 언론이 만든 여론은 거역했어도 국민을 거역한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생각과는 좀 다른 말이다.

사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별로 좋지 않았다. 임기 말, 그의 여론 조사 지지율은 27%대였다. 그가 당선 이후 지지자를 실망시킨 첫 실언은 미국 방문 때 나왔다. “미국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나는 북한 수용소에 있을 것이다”라는 말. 이러한 “반미면 어떠냐?”는 말은 노무현 지지자에게는 실망이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유턴이었다. 둘째로 큰 실언은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재벌 비호 발언이었다. 이는 경제 권력을 견제하라는 국민의 여망과 상반되는 것이다.

Naver.com 지식in에는 id가 hatsoo인 네티즌의 이런 질문(2006년 7월 5일 자)이 실려 있다. “제가 어려서 잘 모르겠는 데요. 노무현 대통령이 도대체 무얼 잘못한 거죠? 사람들이 전부 싫어하네요.” 네티즌 flyingdodose는 이렇게 대답한다. “사람을 미워하는 데는 이유가 없습니다. 전여옥을 비롯해서 임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미운 것은 노무현이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닙니다” 노무현의 인기는 이렇게 추락해 갔다. 그러나 노무현의 공과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역사의 몫이다.

노무현은 재임 중 과거 청산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는 퇴임 한 달 전인 1월 24일, ‘울산 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저는 대통령으로 국가를 대표해 당시 국가 권력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고 “아울러 이 자리를 빌려 지난날 국가 권력의 잘못으로 희생되거나 피해를 당하신 모든 분들과 유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과거의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사과를 했다. 이런 사과도 입장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다.

노무현은 언제나 자신이 목표를 선택하고 실천하는 정치인이다. 그리고 원칙을 중시하는 행동가이다. 그는 또 시대를 보는 안목이 있다. 당선 초, “21세기 권력의 패러다임은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뀌었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제왕적 권력을 버렸다. 이 점에 대해서는 모두 좋게 말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에게는 중도가 없다는 것이다. 적군과 아군만 있다. 그의 적들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고, 그는 끝까지 항전했다.

노무현은 21세기 대한민국이 만든 영웅이다. 우리 헌정사에 유례가 드문 풍운아이다. 변방 출신의 정치권 비주류였던 그는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국가 원수 자리에 올랐다. 5년간의 국정은 그의 책임이다. 그는 이제야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자유인이 된 것이다.

그는 ‘사람 사는 세상(knowhow.or.kr)'이라는 홈페이지를 열어놓고 국민과 만나고 있다. 인기가 대단하다.

우리 역사에 고향에서 평화롭게 말년을 보내는 국가 원수로는 그가 처음이다. 국민은 그가 국가를 위해 더 봉사하기를 바라고 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