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궁극적인 기능은 인류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식량을 생산 공급하는 일이다. 인류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식량을 농업에 의존해야만 한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인구의 급격한 팽창으로 식량수요가 급증했다. 식량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식량문제가 발단되었고 농업이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식량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대할 것으로 전망되며 2030년경에는 현재 세계 식량생산량의 약 2배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농업은 계속 증대되는 수요에 대응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증산 공급하는 동시에 지구환경의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조화롭고 쾌적하게 관리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선진국은 현재 많은 식량을 국제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식량을 수입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얼마간은 그들의 식량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의 수출용 식량생산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선진국에서는 농경지, 관개수, 농업용 에너지 및 비료 등의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농업자원과 자재의 효율적 이용을 통해 식량생산효과의 극대화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새로운 식량자원을 적극 개발 이용하고 있으며 공해물질과 같은 농업외적(農業外的) 요인들의 농업생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응방안개발 등에도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농업은 현재 녹색혁명을 거쳐서 얻은 주곡의 자급 등 괄목할만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국제경쟁에 크게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농업은 점차 농산물의 완전 수입개방에 이르게 되는 한편, 선진국과의 경제 사회적인 격차를 줄이려는 타 산업분야의 경제활동과 경쟁관계는 계속될 것이다.
이제는 우리 농업도 자연에 의존한 단순한 농산물 생산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자재와 시설을 동원하여 상품성이 높은 농산물을 최대한 많이 생산하고, 판매와 유통 전략까지 계산해 농사를 짓게 되었다. 어느 면에서는 현재의 우리 농업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활기 찬 변환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농업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며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질 것이 예상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첨단기술의 개발, 보급, 정보화의 진전과 더불어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집약형(知識集約形) 산업의 비중이 더욱 높은 방향으로 변화되어 갈 것이다.
한편, 농업은 일반적으로 자연적, 사회적으로 불리한 여건에서 농업발전을 위한 각종 자원들이 빈약하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아낌없는 지원이 요구되는 것이다.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지역의 충분한 노동력과 다양한 자연조건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값싼 에너지와 농업자재 공급과 같은 농업연관 2차 산업 제품의 공급, 동시에 농경지의 정비, 품종이나 비료와 같은 생산자재의 양적 및 질적인 개선, 농작물 저장 등 직접농업기술의 적극적인 연구 개발로 생산증대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시의에 맞춰 생각해야 할 일은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유전자 변형을 통해 개발된 먹거리는 안전한지, 밀식 상태에서 항생물질을 투여해 자란 축산물은 안전한지, 색소 등을 첨가한 인스턴트 식품과 불량 먹거리 속에 방치되어 있지는 않은지, 이러한 모든 분야의 일들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식량과 식품에 관한 여러 가지 유해한 것들을 철저히 검사하고 새로운 재배법 개발을 통해 우리국민의 식량문제 해결은 물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 국민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농촌진흥청의 존립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아울러 사람의 건강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요소는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안전한 음식의 세가지 요건이다. 이 세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국토 전역에 농작물 재배를 확대하는 길이 최선의 방법일수도 있다. 환경 친화적 농업, 유기농업, 무공해 농작물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발전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농업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심재한<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응용생물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