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와 현재 잇는 미술의 역사 그린다
‘미(美)의 감정에 충실한 작품속에 우리의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영미술관 김이환 관장(74)은 현재의 시간을 말하듯 미술에 관한 그의 철학을 시간속에 담아내고 있다.
일흔넷의 나이속에 미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 우정, 그리고 전통을 잇고자하는 삶의 진실까지도 최근 개관한 이영미술관 곳곳에 배어있다.
잔디하나, 계단하나, 나무한그루에도 그의 미술에 대한 사랑은 뭍히지 않고 하나로 조화롭게 진정한 미를 쌓아간다. 김이환 관장은 “우리의 혼이 곧 우리의 독창성이자 고유성”이라 말한다.
그가 운영하는 ‘이영미술관’에는 내고 박생광 화백의 작품으로부터 작가 김아타, 김현철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명작들이 전시돼 있다.
미의 감정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그 안에 변하지 않는 우리 색과 혼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게 만드는 현장이며 한국미술의 현장이다.
개관 소감을 묻는데 그는 이렇게 밝혔다.
‘다시 수유리에서였다. “제 형편껏 해보겠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싶은대로 한번 해보시지요” 내고와 나는 서로의 얼굴을 가만히 건너다 보았다. 내고 일흔넷 나는 마흔셋이었다’
민족혼의 화가 내고(乃古) 박생광(1904~85) 화백 작품의 최대 소장처로 잘 알려져 있는 ‘이영미술관’은 그렇게 시작됐다.
2001년 용인 기흥읍에 위치한 한 양돈장을 개조한 건물에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미술작품을 전시해온 미술관은 신축 도로가 미술관 부지를 통과하면서 안타깝게 문을 닫아야만 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미술의 역사 속에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의 역할을 해내던 미술관은 1년여 간의 휴관.
짧지만 긴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어느덧 열정의 근원지에 대한 간절한 회귀본능을 일으켰으며 그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 미술관이 수원과 용인을 잇는 가교처럼 지난 6월 2일 영통신시가지 입구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제2의 도약의 꿈을 품고 나래짓을 하고 있다. ‘미에 대한 열망처럼…’
미술관은 우리 전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던 그간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작가 김아타, 한용진, 김현철 등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작품들을 통해 우리 미술계의 미래를 보여주려 노력한다. 기획전·초대전 등을 통해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가 하면, 한국 미술사의 업적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노력도 잊지 않는다.
김 관장은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열린 공간으로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겠다”는 말로 미술과 미술관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그의 마음만큼이나 초여름 햇살이 유난히도 따가웠던 6월의 어느날 예술과 함께한 그의 삶과 작가 박생광, 전혁림과의 만남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미술개관전에 찾은 이영미술관에서 밀집모자를 쓰고 세세히 미술관 안팎을 신경쓰는 모습을 뵌 적이 있다. 그때 느꼈던 열정과 다사로움은 이영미술관의 다른 모습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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