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25·고양시청)은 16일 밤 베이징항공항천대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역도 +75㎏급에 출전해 세계신기록을 인상·용상에 이어 합계에서까지 5번이나 갱신하면서 한국에 일곱 번째 금메달을 선사하였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경기를 다 치른 후 나타난 장미란은 세계기록과 당당하게 한 판 승부를 벌였다.
장미란의 모습은 그야말로 세상의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유아독존(唯我獨尊) 바로 그 자체였다.
당시 서울 기준 주요 TV의 공식 시청률은 59.3%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진정 장한 모습이었다.
허나 당장 그 다음날부터 기사화 된 보도내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상당히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하였다. “외모에 대해서는 절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장미란도 25세 한창 나이의 처녀…”, “마음먹고 빼면 70㎏까지는 금방…” 등 그녀의 외모에 대한 지적은 거의 모든 기사에서 조금씩이라도 언급이 되고 있었다.
이 같은 보도 태도는 전날의 감동을 안스러움으로 변질되게 하였고 온 국민이 느꼈던 긍지를 반감시키기까지 하였다.
만일 장미란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어도 이런 식의 평이 기사의 중간 중간에 심심찮게 등장했을까? 더욱이 안타까웠던 점은 일부 기사에서 언급되고 있는 그녀 자신의 다이어트에 대한 희망사항이었다.
1970년대 초 미국의 여성심리학자 ‘마틴 호너’는 ‘여성에게는 성공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녀 자신은 34세의 젊은 나이에 레드클리프 대학의 총장이 된 성공한 사회심리학자였다.
그녀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전통적인 가치관과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강요를 받고 자라기에 오히려 이 같은 사회화과정이 여성들이 성공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고 하였다.
즉 한 분야에서 아주 뛰어나게 성공을 하게 되면 이미 그 여성에게는 전통적인 여성다움이 상실된다는 사회적인 통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의 전통적인 기대와 요구는 여성에게 큰 부담이 되고 따라서 자아실현(自我實現)에 커다란 방해물이 된다.
크게 성공한 여성들은 자부심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남성들의 기회를 박탈하였다는 죄의식까지 느끼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성공을 회피하거나 자신의 성공을 평가절하하게 만든다.
이 같은 메카니즘이 바로 성공한 사람들 중 여성이 상대적으로 극소수일 수밖에 없는 궁극적인 결과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장미란을 바라보는 국내 언론의 시각 역시 호너의 이와 같은 지적을 상기하게 한다.
세계신기록을 세운 금메달리스트만이 아닌 ‘여자 장미란’, ‘여자 헤라클레스’, ‘피오나공주’ 등의 표현은 장미란이 왜 애초 역도선수가 될 것을 그리도 싫어했던 것인지 그 이유를 대강 짐작케 한다.
허나 고무적인 사실은 뉴욕타임즈의 기사다. 뉴욕타임즈는 장미란의 몸매를 역도선수로서 가장 ‘아름다운 몸매’라 격찬하였다.
즉 ‘여자 역도선수’가 아닌 ‘역도선수’의 몸매로 인정을 한 것이다. 탄탄한 근육과 최적의 체격조건을 갖춘 장미란, 이제는 그녀가 그저 역도선수로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역도선수, 그것도 최적의 체격조건을 갖추었으며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역도선수, 그 자체로서 정당하게 인정받는 것.
그것이 바로 베이징올림픽에서 젖 먹던 힘까지 모두 쏟아 부어 금메달을 딴 우리나라의 대표선수들에게 주어야 할 올바른 대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