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한 부동산사이트에서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통계청의 임금근로자의 월평균임금액을 기준으로 15년 4개월간 월급을 꼬박 저축해야 서울에서 82㎡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작년보다 1년 2개월이 늘어난 것으로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어떤 이에게는 투자와 재산가치로서의 아파트이겠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아파트는 평생의 숙원사업에 가깝다.
이러한 서민들의 평생의 꿈을 한순간에 짓밟는 기막힌 사건이 최근 안양에서 벌어졌다.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 수법은 치밀하고 정교해서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속을 수밖에 없었겠다하는 생각에 소름이 끼쳐왔다.
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대림산업이 관련된 안양비산동 대림조합아파트 이중분양사기사건이 일어나 안양이 또다시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되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조합장 김모씨가 아파트 임의분양분 19가구에 대하여 136가구를 이중으로 분양계약하였고, 피해액만 해도 360억원이 넘어 지금까지 아파트 분양사기사건으로서는 최대 피해액수라고 한다.
특히, 조합장 김모씨는 시행사인 새로본 건설의 자금담당부장을 맡은 사람으로서 이 돈을 남양주 장현지구 아파트 건설 사업자금과 안양 호계동의 주상복합빌딩 신축자금으로 일부 사용한 것이 밝혀진 상황이다. 더욱 경악할 사실은 이 사건에 중개업자와 부동산 브로커 뿐아니라, 인허가 승인과 관련해 담당공무원까지 대가성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하니 과연 누구를 믿어야하는 건지 놀라울 따름이다.
얼마전 방영된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이번 사건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보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 해주고 싶은 것도 못해주며 내집장만을 위해 악착같이 모은 돈을 모두 쏟아부었다는 부부는 평생의 전 재산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울부짖었고, 어떤 피해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파트 베란다를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는 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방송을 보며 그 아픔과 절망이 전해져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고,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라 잠을 이룰수가 없을 만큼 답답한 심정이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림산업의 브랜드를 보고 계약을 했고, 대림산업 홈페이지에서도 입주예정자로 가입이되고, 입주자 및 입주예정자대상 이벤트행사에도 초청되는 등 분양사기라고는 단 한번도 의심할여지가 없었을 정도이면, 시공사측에서도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경찰에서 구속수사중인 김모 조합장도 대림의 직원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하니,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현재 대림조합아파트는 10월 28일 안양시의 사용검사승인이 이루어져 입주가 시작된 상태이다. 물론 입주가 미루어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한 시의 어쩔 수 없는 조처이기는 하나, 자칫 같은 동호수를 계약한 피해자들간의 문제로 남을까 우려된다.
‘미래창조·인간존중·고객신뢰’를 경영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대림산업은 그동안의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법적인 문제를 떠나 피해자들의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또한, 두말할것도 없이 이번사건의 직접적인 책임의 당사자인 조합장과 새로본 건설은 이 사건의 피해자들과 이를 지켜보고 있는 지역사회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사건의 전말을 밝혀야할 것이다.
행정감독의 책임이 있는 안양시 또한 각계각층 인사와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 하루속히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노력하고, 행정감독을 강화해 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겨울을 앞두고 있는 지금, 삶의 보금자리를 잃은 피해자들의 절망과 시린 마음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