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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꿈도 꾸지 말아야겠다

 

독서(讀書)의 가치(價値)는 무엇일까.

타인의 인생을 간접으로 체험하는 것 이라고 정의 할 수 있는데, 독서란 소설가가 주인공을 통해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얻는 소중한 과정이다. 그러나 남·녀간 사랑을 소재로 한 연애소설은 약간 부작용도 있는데 특히 대표적인 경우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아닐까 싶다.

권총으로 꽃다운 인생을 마감한 베르테르를 닮고 싶어서 그리고 순수한 열정과 상황을 모방하고 싶어 하는 심리 등 이런 것들이 어쩌면 독서의 역기능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지고(至高)한 사랑은 눈물겹도록 희생을 강요하는 법이다.

낭만(浪漫)만 쫓는... 그 결과가 얼마나 쓸지는 외면하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파쓰테르나끄의 유명한 닥터지바고를 회상해 본다.

비록 고아로 태어났지만 다행이 외삼촌 손에 커 러시아의 전형적인 인테리로 성장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학교수 딸과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민다.

그러나 1차대전이 일어나자 군의관으로 종군하며 육체·정신적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는다. 그 뒤 라라와의 조우(遭遇)로 소위 이중살림을 한다.

삭풍(朔風)이 몰아치는 눈밭에서 늑대 울음소리가 밤마다 들리고,어쨌든 최악의 환경이었기 때문인지 이중생활이 주는 불륜의 냄새를 전혀 느낄 수 없다.

볼세비키혁명이 일어나자 모스크바로 돌아왔지만 급격한 사회변화속에서 궁핍한 생활을 맞는다.

세월이 흘러 전차안에서 라라를 발견하고 뒤따라 가지만 심장을 움켜지고 거리에서 숨진다. 책에 빠져 들수록 사람들은 궁핍을 외면한 채 낭만에만 치중하고 착각에 빠져 까짓것 내일이야 어찌됐든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우리들 가슴에 오래 남는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어쩌면 파란만장(波瀾萬丈)의 깊이와 너비가 클수록 우리들 마음속에 소설의 잔영은 오래 간다.

파란만장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의 생활이나 일의 진행과정에 시련이 많고 변화가 심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따뜻한 밥과 잠자리에 익숙하면 어느덧 이런 평범한 일상에서 탈출을 꿈꾼다. 반대로 관성의 법칙(慣性의 法則)이 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이유는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가 주는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이는 안정을 지향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무의식의 반응이다. 결국 따분한 일상에 젖은 사람은 배고픔을 모르고 동냥하는 걸 동경한다. 얼마전 고속도로 편의점에서 무료함을 달래고자 ‘배추가 돌아왔다’란 책을 샀다.(배추란 방동규란 사람의 별명인데 초판이 2006년이다)

일간지에도 그의 삶이 소개됐었다.

근무시간을 빼고는 이틀간 잠을 설치며 책에 몰두했다. 35년생이니 올해 우리 나이로 74세. 시라소니 이후 최대의 주먹,사실 토너먼트로 주먹의 우열을 가린 것도 아닌데 좀 신빙성이 떨어진다.(허풍처럼 느껴지지만 책표지에 쓰여 있으니)

싸움으로 청춘을 보내다 서른살에 서독 광부로 간다.

귀국후 명동에 양장점을 차렸는데 프랑스풍의 살롱드망.(그땐 앙드레 김도 일반인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때임)

그 뒤 강원도 철원에서 ‘노느메기 빛’이란 공동체를 꿈꾸다 간첩혐의로 형무소생활에 이어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현대그룹의 일을 보다 86년에 ‘말’지 사건으로 또 형무소에 갔다.

서해화성의 CEO,그리고 중국공장 대표,2001년부터 특이하게도 헬스클럽 강사,지금은 경복궁 관람안내지도위원.

어떻습니까? 파쓰테르나끄의 닥터지바고와 비교해서 누가 더 파란만장한지.

그런데 이 굴곡의 인생도 인생이지만 교우범위가 엄청나게 넓다는 것이다.

책 내용 가운데 등장인물 함석헌,김지하,백기완,백낙청,선위휘,신경림,유홍준,이부영,이호철,정준하,황석영 등. 이런 대단한 분들과 인연을 맺게 한 것은 대부분 사상관계로 오해를 받아 형무소생활을 할 때 였다고 한다. 그런데 배추란 분의 희망사항이 보디빌딩 중장년부 미스터 코리아가 되기 위해 하루에 5시간 땀을 흘리고 있단다.

사람들은 흔히 자기인생이 남보다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윷놀이에서 도나 개 혹은 걸이나 윷 정도 차이 일텐데.

내 인생도 파란만장이라고 여겼는데 이 책을 덮을 때 쯤 그런 생각이 쑥 들어갔다.

그리고 걸맞지 않게 가끔 일상의 탈출을 꿈꾸던 내 모습이 무척 부끄럽게 느껴졌다. 독서란 그래서 참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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