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KT&G를 상대로 ‘담뱃불 화재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우리나라 소송사상 최초의 일이다. 도는 KT&G가 외국에는 화재안전 담배를 수출하면서 국내에는 화재 위험이 높은 일반담배를 판매함으로써 담뱃불 화재를 키웠다며 연도별 시장 점유율(69년도 73%)을 감안해 모두 796억원을 청구했다. KT&G는 “담뱃불 화재의 원인을 제조사에 묻는 것은 자동차 매연 피해 책임을 자동차사와 정유사에 묻는 것과 같다”며 코방귀를 뀌고 있다. 쟁점이 된 일반담배와 안전담배는 무엇이 다른가. 안전담배란 흡연하지 않을 때 담뱃불이 잘 꺼지는 것으로 ‘화재안전설계’가 필요하다. 안전설계란 갑당 16원에서 32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외국제 ‘권연종이’를 써야한다. KT&G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설계를 안한 채 내수용 담배를 팔았고, 이 때문에 담뱃불 화재피해가 발생했으니 배상하라는 것이 원고측 주장이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우리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자못 궁금하다. 담배는 미주가 원산지인데 필리핀을 통해 중국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는 1618년(광해군 10)에 들어왔다. 초기에는 담파고(淡婆姑), 남초(南草), 남령초(南靈草) 또는 차와 같은 기호품이라해서 신차(新茶)라고도 불렀다. 18세기 초 우리나라는 청국에 담배를 수출했는데 청나라가 금수품으로 제지하자 밀무역이 성행했다. 그런데 청나라 사람들이 실수로 담뱃불로 인한 화재가 자주 일어나자 청나라 황제는 크게 노하여 일체 무역을 금하고 이를 어기는 자를 사형에 처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도가 소송을 낸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술과 담배는 동격의 기호품인데 우리는 술은 윗사람 앞에서 마셔도 크게 나무라지 않지만 담배는 제재가 많았다. 광해군은 담배를 몹시 싫어했다. 그래서 신하들에게 금연령을 내렸는데 이것이 계기가 돼 술에는 관대하고 담배에는 잔소리가 많아졌다는 말도 있다. 시대가 바뀐 지금도 이 점은 마찬가지다. 이제 흡연자는 설 땅을 잃었다. 모든 공공장소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애연가들은 거리로 나서야할 판이다. 대안은 단연(斷煙)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