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부터 명절 끝이나 잔치집 파장 안주는 멱살잡이라고 했다.
지난해 추석이 지난 무렵쯤 참으로 재밌고 어설픈 토픽 한 가지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요즘 고스톱하면 국민오락이란 말로 표현하는데(개인적으로 국민가수,국민여동생 이런 말을 싫어한다.투표해서 결정한 것도 아니고…)
어쨌든 추석때 동서 3명이 모여 고스톱을 했단다.
가장 잘 사는 맏동서가 많은 돈을 땄지만 매번 악착같이 쓰리고까지 가더란다.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 없다.
“아니,형님 제발 스톱하세요.”
어쩌면 성깔나게 부탁했는지 모른다.
돈을 딴 형님,“노름판에서 사정 봐 주려면 왜 화투는 치자고 했어.”
결국 화투장은 날아가고 방석은 뒤집어지는데 이때 만큼은 위아래동서 계급장은 자연히 떼진다.
결코 많은 돈이 왔다갔다 하지는 않았을 텐데 참으로 볼썽사나운 명절이 돼 버렸다.
경제 사정이 다른 형제들이 모였을 때도 불협화음(不協和音)이 싸움으로 이어질 개연성(蓋然性)이 높다.
‘우린 형제니까’ 이런 대의명분(大義名分)으로 돈을 빌려달라고 했으나,거절당해 매우 심사가 뒤틀려 있는데 명절때 모여 보니 자동차도,가구도 비싼 것으로 바뀐 것을 확인 한 다음은 좀 천박(淺薄)한 표현이지만 눈이 뒤집혀 버린다.
여기에 술 한 잔 걸치게 되면 정제(精製)되지 않은 표현과 케케묵은 어릴때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섭섭했던 감정이 총망라(總網羅)된다.
결국 감정이 폭발해서 끝내는 불상사(不祥事)로 발전하게 되는데,얼마 전 ‘노모 팔순 잔치에 금간 형제애’란 제목의 토픽성 기사가 보도됐다.
내용인즉,의좋게 지내던 형제가 모친 팔순에 모였는데 잔치가 끝날 무렵 취기가 오른 형이 동생에게 잔칫상에 대해 타박을 했다.
내가 잔칫상 차리라고 어렵사리 마련해서 백만원을 보냈는데 이처럼 허술하게 준비했냐고 하자,동생은 한다고 했는데 섭섭했다.
결국은 말다툼으로 시작해서 서로 멱살을 잡고,치고 받으니 보다 못한 주위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단다.
형편이 어려운 형을 대신해 동생이 노모를 모시고 있었다고 한다.
끝내는 서로 사과하고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한다.(약간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형 대신에 기꺼이 어머니 봉양을 맡은 동생도 기특하고,어머니를 맡겨 놓을 정도로 힘들지만 동생 부담을 덜기 위해 백만원을 보낸 형도 대견하다.
기사를 다 읽고 난 뒤 제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금간 형제애’가 아닌 ‘비온 뒤 굳어진 형제애’ 이런 말로 제목을 붙여야 되지 않을까?
아니면 ‘행복한 노모’도 괜찮을 것 같다.
얼마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행복한 눈물’을 베낀 것 같아 조금 꺼림직 하지만...
물론 당신의 잔칫상 내용 때문에 멱살잡이 하는 형제를 봤을 때 순간적으로 ‘내가 더 살아서 뭐하나’” 이런 감정이 들었을지 몰라도 화해(和解)하고 부둥켜안고 울고있는 형제를 봤을 때 또 얼마나 흐뭇했겠는가.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언론계에 몽향(夢鄕) 최석채(崔錫采)란 분이 계셨다.
조선일보 주필과 문화방송,경향신문 회장을 지낸 분인데 선고(先考)와 두 분이 아주 우정이 좋아서 묘갈명(墓碣銘)을 부탁드렸다.
참 그 집은 안항의 정이 유별났지…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절도를 지키며 줄을 지어 살면서 오순도순 날아가는 기러기 모습이 마치 형제간의 다정한 우애를 상징하는데 기러기 안(雁),행렬 행(行)자를 쓰지만,안항이라고 읽는다.
지금도 그 어른 가르침이 생생하다.
참으로 옛날 어른들은 날아가는 새(鳥)조차 본받을 게 없는지 살펴보고 후세에 가르침을 던졌다.
어쨌든 화해란 감정을 모두 날려 보냈다는 뜻인데 기사제목은 참 잘못됐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번 명절 끝은 또 어떤 토픽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지 궁금하다.
형제나 동서의 주먹다짐은 사절(謝絶)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