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년차 고시생의 쓸쓸한 죽음’,‘환경미화원 모집에 물리학 박사 수료생 지원’등 이런 기사가 이틀간 시차를 두고 따로 실렸지만 묘한 감정의 대비(對比)를 느꼈다.
고시원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았는데, 나이 마흔다섯에 사인(死因)은 심장마미(추정(推定),고교 연합고사 때 전국에서 10등 안에 들 정도의 수재였으며 서울의 명문대학 법학과에서 4년을 내리 장학생). 1차는 세번이나 합격했지만 안타깝게 번번이 2차에서 고배(苦杯)를 마셨다고 한다.
더욱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건 영정(影幀)이 15년 전 친구들과 놀이공원에서 찍은 것 이라고 한다.
달리 말하면 공부 외에는 한 번도 곁눈을 돌린 적 없다는 말이 되겠다.
긴 세월을 매달릴 정도로 ‘고시(高試)’가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한 장년의 죽음을 두고 사회적인 현상으로 넘기기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듣기 좋은 말로 입신양명(立身揚名)이라 하지만 소위 출세(出世)의 지름길로 옛날에는 과거,요즘은 고시를 으뜸으로 치고 있다.
백면서생(白面書生)이란 말이 있다.(국어사전은 한갓 글만 읽고 세상일은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 풀이 해 놓았다) 경험이 없어 어처구니 없는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다.
과거(科擧)시험에 합격한 백면서생들의 폐단을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를 통해서 얼마나 많이 듣고 봐 왔는가?
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합격한다는 건 남들과 같이 잠자고 남들과 같이 놀아서는 결코 합격이란 영광을 얻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합격후엔 자연히 내가 최고란 근거 없는 우월감과 또 이제까지 고생에 대한 물질적,명예적 보상(報償)을 은근히 기대한다. 따라서 자연히 백면서생의 관리(官吏)와 탐관오리의 관리(官吏)가 생산되는 것이다. 친구도 없이 15년 동안 줄기차게 고시만 준비한 장년(壯年).
과연 복잡한 사회변화와 다양한 법률적 판단(判斷)을 감당할 수 있을까?
요즘 일부고시원 근처 노래방에서 70년대에 유행한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출세하라 억울하면 출세를 하라’가 인기란다. 이 노래가 동창회 때 부르는 교가처럼 선택이 아닌 필수(必須)라고 한다. 목이 터지라고 이 노래를 부른 사람들은 모두 출세할 수 있을까?
타짜들이 말하는 진정한 용기란 9땡을 쥐고도 확신이 서지 않을 땐 포기한다고 한다.
어쨌든 출세,참으로 품격(品格) 낮은 말이다.
또 다른 기사다.
최근 서울의 한 자치단체 환경미화원 모집에 물리학 박사 수료생이 원서를 냈다고 한다. 선발되면 정년 60세가 보장되고 연봉도 3천만원이 넘는다. 미화원은 정규직은 아니지만 공무원에 준하는(전문 용어로 정원 외 상근인력) 대우를 받는다. 청소장비가 현대화 돼 예전보다 근무강도(勤務强度)도 많이 낮아져 고학력 지원자가 점점 늘고 있단다. 그러나 아무리 이해할려고 해도 박사(博士)와 환경미화원은 어울리지 않는다. 결국 모래주머니를 메고 달리는 체력시험에서 떨어졌다는데….
나는 안정된 일을 찾았을 뿐인데… 일이 종류가 무슨 대수냐….
이렇게 떳떳했다고 한다.
직업에 귀천(貴賤)이 없다고들 말하면서 편견(偏見)은 아직까지 심한 편이다.
위험을 안고 사는 소방관들의 푸념이 장가 갈 때 장인,장모를 설득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 이라고 한다.
어쨌든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죽음을 분석한다는 건 신(神)의 영역(領域)이다.
고시 준비를 하다 합격의 영광도 맛보지 못하고 혼자 쓸쓸이 세상을 떠난 것과 박사 학위를 코앞에 뒀지만 훌훌 벗어 던지고 환경 미화원에 응시한 것,어떤 것이 우리들에게 바람직한가?
주위 사람들의 기대,키워준 부모,뒷바라지 한 형제. 당연히 책임감을 갖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여간 환경미화원 시험은 떨어졌지만 그 가상한 용기를 듣고 우리 회사로 오라고 하는 데가 열 곳이 넘는다고 한다.
각박해진 요즘, 이것도 인생가화(人生佳話)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