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어준 만큼 보답하는 의미에서라도 열심히 해야지요.”(김옥성 기수)
“워낙 베테랑이니까 잘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고옥봉 조교사)
서울경마공원 과천벌에 신흥 콤비의 탄생,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한껏 사고 있다.
주인공은 고옥봉 조교사와 김옥성 기수.
이름 중 가운데 자가 똑 같아 ‘옥 브라더스’라 불리는 이들은 지난 2월22일 열린 올해 대상경주인 세계일보배에서 호흡을 맞춰 우승을 일궈냈다.
이를 계기로 고 조교사는 혈통이 좋은 신마인 ‘승승장구’를 김 기수에게 맡기는 등 상호 본격적인 협력체제에 돌입했다.
20년 넘게 한솥밥을 먹어왔던 단 한 번도 함께 일해본 적이 없는 이들의 만남은 우연이지만 어쩌면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고 조교사는 세계일보배 출전기수로 이성환을 점쳐두었으나 기승정지로 출전할 수 없게 되자 김옥성을 택했다. 말하자면 대타인 셈이나 다른 기수가 아닌 그를 택한 이유는 어려웠던 시절, 유일하게 찾아와 위로해준 사람이 이 기수였기에 항시 염두에 둔 때문이기도 하다.
1990년대 ‘신세대’란 명마를 배출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고 조교사는 이후 기나긴 슬럼프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조교사님 요즘 많이 힘드시죠”란 말과 함께 불쑥 집으로 들어선 그와 밤새 술잔을 기울였고 조 조교사는 그 당시를 무척 고맙게 생각했다.
이런 인연이 근래 박태종, 김효섭 등 동기생들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그를 떠올리는 동기가 됐고 미련 없이 대상경주를 맡긴 결과 의외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성과까지 거뒀다.
극심한 부진으로 기승횟수 감소에 시달리는 그도 가뭄에 단비 같은 러브콜에 보답하기 위해 경주 전날 ‘멕시칼리블루스’의 경주영상을 보며 특성 파악에 주력하는 등 나름대로 철저히 분석하는 등 대비를 했다.
이제 이들은 ‘신세대’란 신마를 주축으로 트로이카를 형성, 과천벌 돌풍을 일으킬 채비를 하고 있다.
경마전문가들은 이런 태세에 대해 “서로 신뢰가 쌓인 관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며 “경마장에 ‘옥 브라더스’의 성공찬가가 머잖아 울려 퍼질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