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을 보면 경제를 읽을 수 있다. 경제가 안좋은 요즘 할인마트 주차장은 분주하다. 여가를 이용한 시설물에 대한 주차장은 텅 비어 있는 상태다. 지난해 모 일간신문에 재미있는 사진이 실렸다. 인천공항 주차장에 택시 기사들의 빨래가 널려 있는 장면이었다. 택시기사들이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 시간을 이용해 빨래를 널고 있었던 것이다. IMF때보다 더 극심한 경제난으로 택시를 타는 손님이 줄어든 현상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주차장은 또 시사를 반영한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5일 임진각과 오두산통일전망대 등 안보 관광지에는 로켓 발사 때문인지 외국인과 실향민들의 모습만 눈에 띌 뿐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임진각은 휴일이면 1천여대 규모의 주차장이 가득찼으나 이날은 북한의 로켓 발사로 300여대 수준으로 텅 비었다. 주차장은 또 시대상을 반영한다. 서울시는 4월부터 신설되는 모든 주차장에 여성전용 주차공간, 이른바 ‘여행(女幸.여성이 행복한 도시) 주차장’을 두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운전이 서툰 여성들이 쉽게 주차가 가능토록 배려한 조치다. 서울시가 추진하려는 ‘여행 주차장’의 설치는 2005년 8월 아서 브리프 툴레인대 교수가 지적한 ‘호의적 성차별’을 반영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아파트 단지에 비해 주차면적이 상대적으로 좁은 단독주택지역은 항상 주차난에 시달린다. 주차를 둘러싸고 이웃간 분쟁으로 치닫기도 한다. 그래서 자치단체들은 아파트 단지에서는 그림의 떡인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담장을 헐고 주차면적을 확보해 주고 마당도 가꿔주는 그린파킹사업. 그린파킹이 정착된 동네에서는 주택가격이 오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과천시가 파격적인 제안을 들고 나왔다. 내 집안 주차장 및 조경설치비를 90% 이상 지원한다는 것. 적게는 62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740만원까지 그냥 준다는 것이다. 그린파킹이 정착되면 주택밀집지역의 주차난 해소는 물론 소방차 진입을 가로막는 불법 주차가 없어져 안전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