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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론] 지자체, 자전거 이용케 할 자신 있는가

 

어느 화창한 날에 높다란 미류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교외의 길을 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다. 그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거나 사랑하는 사람 혹은 친한 친구를 만나러, 그리고 직장에 출근 혹은 퇴근하거나,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들만큼이나 자전거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조경분야나 환경분야에서는 이미 자전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연구들을 해오고 있었지만, 환경문제가 요즘처럼 대두되지 않아서인지 조용히 묻히고 말았다. 그러나, 앨 고어 전 미국 부대통령의 ‘불편한 진실’과 같은 환경문제를 밝힌 자료와 같이, 더 이상 지난 약 100여 년 간의 산업화 시대를 거쳐오면서 인류의 몸에 배었던 패턴대로 생활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녹색정책이나, 친환경정책들을 내세우는 배경이 되고 있다.

물론 사람이 사는 마을과 도시가 친환경적으로 바뀌기에는 여전히 많은 노력들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미 친환경, 생태, 자연, 에너지절약형 혹은 에너지효율형 등과 관련하여 많은 첨단환경기업들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자연환경의 기본 요소인 공기, 물, 햇빛, 바람 등을 이용하여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산업 분야는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는 마을과 도시를 이렇게 바꾸기 위한 시도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를 들자면, 환경관련 상품이 제아무리 효과와 성능이 좋다고 하더라도,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도시환경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도시를 예로 들 때 많이 인용되는 프랑스의 Velib라는 자전거 정책을 잠시 들여다 보자. 2007년에 필자가 프랑스의 역사도시 리용에 갔을 때 처음 접했다. 자전거를 공동으로 이용하고 자전거 보관 및 이용거점을 두어 필요할 때 자전거를 찾아서 이용하다가 다른 장소에 반납하는 정책이었다.

당시에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제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서 효과가 있는 지 없는 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프랑스의 Velib정책도 시행한지 몇 년 못가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자전거 도난과 미반납이 그것이다.

자전거를 도시정책으로 끌어안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고려사항이 있다.

첫째, 자전거를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자전거전용도로가 마련되어 있는가. 즉, 보도와 차도로만 구분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어떻게 확보·조성할 것이며, 이때 자전거도로 표면 재료와 자전거도로 관련 안전시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자동차도로와 교차하는 경우 가급적 자전거와 마주치지 않고 안전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하는 도로설계기법이 연구·개발되어야 한다.

둘째, 도시내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쉽고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자전거 구입이 가능한가이다. 즉, 자전거 도로가 있어도 자신의 신체조건과 건강조건에 맞는 자전거를 쉽게 구입할 수 없다면 자전거 이용을 높이는 것은 요원하다. 이때, 조금 더 생각이 있는 지자체라면 단순히 자전거를 구입하여 이용하기를 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본적인 안전성과 기능성뿐만 아니라 자전거에 관한 지역 주민의 요구를 파악하여 지역 주민이 원하는 자전거를 디자인 및 개발하여 지역 산업화에도 노력할 것이다.

셋째, 역시 ‘안전한 디자인’이다. 자전거와 자전거 관련 시설의 설계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의 ‘독창적 설계(디자인)’를 통해 다른 지역을 베끼지 않는 ‘지역화’된 자전거 이용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구입한 자전거를 원하는 곳에 갔을 때 보관하기 쉽게 디자인하는 것, 자전거주차장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디자인하는 것, 샤워시설이 포함된 탈의시설의 디자인, 자전거 보관 및 반납시 극히 자연스러운 신분확인절차와 방범시설의 디자인, 자전거 분실시 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회수시스템의 디자인, 자전거 부품의 원할한 공급과 재활용 시스템의 디자인, 가칭 ‘자전거 학교’의 디자인, 도시교통시스템과의 통합 디자인 등 무수히 많은 ‘디자인’이 존재한다.

정말로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전거 이용률을 높여서 친환경적인 도시를 만들고 싶다면, 단순히 자전거 이용을 독려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자전거를 타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집 밖에서부터 가고자 하는 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쉽게 갈 수 있어야 하고, 가는 동안 즐겁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갈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게 할 자신이 있는가를 지자체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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