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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행복지수(指數)의 으뜸은?

 

우리나라에도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서머싯 몸(Maugham,W.S)의 ‘달과 6펜스’는 후기인상파 대가로 불리는 외젠 앙리 폴 고갱(Eugune Henri Paul Gauguin,1848~1903)이 모델이다.

소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증권거래소 간부로 월급도 많이 받는 아름답고 현숙한 아내로 주위의 두터운 신망과 부족 할 게 하나 없는 40의 중년이다. 그러나 어느 날 “우리의 부부 관계는 끝났소.” 이런 황당한 메모 한 장만 남긴 채 어릴적 꿈, 그림을 그리기 위해 타이티로 떠난다.

진정 행복한 삶이 무엇일까? 단순하고 쉽게 정리하자면 취미가 생활의 수단(手段)이 되었을 때, 다시 말을 바꾸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돈벌이가 되었을 때다. 인생에 만약이 없다지만 월급쟁이(?)에게 만약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마 대부분 현재에서 커다란 변화를 원하리라. 그 변화의 다다르는 끝부분은 어릴적의 꿈일 것이다.

얼마 전 이런 소식이 있었다. 서울지방법원장을 지냈고 대형 로펌에서 연봉 수억 원을 받는 올해 66세 어림잡아 칠순 노인네가 소년시절의 꿈, 물리학(物理學)을 전공하기 위해 모든 걸 던지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고 했다.

어릴적 꿈이 물리학으로 노벨상을 받는 것 이었다. 재능도 있고 취미도 있고... 그러나 아버지가 법대를 선택하도록 요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는 화학교사였다.

소설로 구성해 보면 뻔하다. 교사의 박봉(薄俸)으로 아이들 등록금 마련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교사에 대한 사회적인 존경도 별로, “오냐,너는 내 길을 걷지 마라.” 당시야 입신양명(立身揚名)이 고시패스해서 법관이 되는 게 지름길이었다.

효성이 깊은 아들은 속으로야 뜨악했지만 아버지의 간곡한 바램을 외면하지 못한다. 인생 1막은 효도, 2막은 어릴때 꿈. 참으로 무섭고도 훌륭한 결단이다.

내 살 같은 누이의 아들이 있다. 생질(甥姪)이니 당숙(堂叔)이니 하는 말을 왠지 정감이 없어 피하려고 한다.

어릴적부터 총명하여 서울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D외국어고등학교에 합격을 했다. 본인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법대 그리고 사법시험... 대강 이런식으로 주위에서 인생구도를 설정하고 으레 그렇게 되길 소원했다.

아버지도 지방의 상공회의소 회장인지라.(대부분 상공회의소 회장은 그 지역의 경제력이 상당한 사람이 맡고 있다.) 소위 탄탄대로(坦坦大路)의 장래가 보장되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고등학교 3학년 때 급기야 스포츠 의학과를 택했다. 그 때 누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들었지만 전공과목을 택한 이유가 조금 추상적이었다.

앞으로 자기가 전공한 분야가 각광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주위에서 실망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목표가 변하더니만 요리사로 꿈을 바꾸었다. 결국은 대학 다닐때 부전공으로 조리학을 공부하고... 군대는 군악대,하여간 관심이 다방면(多方面)이었다.

며칠 전 핸드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오늘 ○○신문 경제면을 꼭 보세요.” 흰 빵떡모자와 앞치마를 두르고 행복한 표정으로 씩 웃고 있는 그 아이의 사진이 실렸다. 제목 밑에 앞으로 장래가 기대되는 세프(Chef-조리사)라고 부연설명을 달았다. 내 생일 날 직접 만든 케이크 같은 것을 보내주어도 왠지 마뜩하지 않았는데, 사장(社長)도 있고 대장(大將)도 있는데 하필 주방장이라니... 머슴애가 놀데가 따로 있지 부엌에서 앞치마나 걸치고... 그러나 기사와 사진을 보고 왠지 가슴이 먹먹해왔다. 그리고 “힘들더라도 꿈을 이루거라,네가 최고!” 이렇게 문자로 답장을 하면서 돌아가신 자형을 생각하면서 눈가가 붉어졌다.

삼십년 넘게 월급 생활하는 나인지라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느끼면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는데. 그래 맞다! 너의 인생은 네 마음대로 설계하거라. 그러나 어떤 유혹이 있더라도 꿋꿋하게 초지일관(初志一貫)달려가거라.

다른데 눈 돌리지 말고.처칠은 하늘나라 가서 내 첫 번째 100년은 그림을 그리는데 다 써버리고 싶다고 했고, 장관을 하고 은행장을 몇 군데 지냈던 김준성씨란 분도 60이 넘어서 소설에 몰두했다. 타계(他界)하기 전 소설가 김준성으로 기억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래! 인생은 자기 것이다. 후회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해보고 싶은 걸 하는 것이 행복지수의 으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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