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먼저 일본이 떠오른다. 관동대지진에서부터 몇 년 전 고베지진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그야말로 지진의 나라다. 일본국민들은 늘 지진의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기에 이들은 지진에 관한한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 건물은 내진 설계를 바탕으로 건축되었으며 지진 발생시 행동 요령을 유치원 다닐 때부터 교육받는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얼마전 기상청은 올해 1월부터 이달 26일까지 한반도에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47회로 지난해 발생횟수 46회보다 많았다고 발표했다. 최근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은 2005년 37회, 2006년 50회, 2007년 42회였으며, 유감지진 횟수는 2005년 6회, 2006년 7회, 2007년 5회였다. 우리나라에서 1978년 지진관측이 시작된 이후 1990년대 초반 15~20회에 그쳤던 지진 발생횟수는 1993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니까 1990년대 초반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2~3배 가량 더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현상은 1978년 이후 대략 5년에 한 번꼴로 규모 5.0 이상의 큰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지진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기상청 관계자는 “지진 관측 장비가 현대화된 1999년 이후로 지진발생이 꾸준히 늘고 있어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맞다. 우리나라는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서울 어느 지역 아파트재건축에 따른 설문 조사를 한 바 있다. 이젠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인지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시 내진설계 반영 여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7%가 안전 진단 평가 시 내진설계를 반영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요즘 영화 ‘해운대’의 관중이 1000만 명을 넘어 섰다. ‘해운대’의 인기몰이도 지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본과 가장 가까운 부산 해운대라면 일본에서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영화 ‘해운대’에 대한 호기심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지진에 대비한 국가적 관심이 요구된다. 특히 건축물의 내진설계와 지진대비 긴급구조 종합훈련 등을 통해 재난을 예비하고 유관기관 합동 대응능력 함양을 통한 통합 지휘체계를 확립하는 등 지진대응능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유비(有備)면 무환(無患)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