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의왕시오전동 오전초등학교 정문 맞은 편 골목길에 위치한 4층 빌라.
통념상 고급이란 이미지가 떠오르는 빌라 개념과는 달리 다소 허름한 건물 3층에 40대 주부 두 명이 설거지와 방 청소에 여념이 없었다.
단칸방에 거실도 없고 싱크대만이 덜렁 놓인 주방 등은 내부를 모두 합해야 4평이 넘지 않는 주거공간엔 안택규(85) 어르신이 혼자 거처하는 곳이다.
한동네에 사는 육심영(45·의왕시 고촌동)씨와 이미옥(44)씨는 이날도 이 집을 찾아 집안 정리를 하고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권지역본부가 마련한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현장이다.
오랜 세월 홀몸으로 지낸 어르신은 매일 찾아주는 이들이 한없이 고맙고 반가운 모양이다.
“혼자 산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야. 밥 짓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는 것도 힘에 부치지만 무엇보다 외로워 죽겠어. 요즘은 봉사자들이 집안일 다해주고 말 벚도 돼줘 정말 살만해요”
이곳 말고도 독거노인 3~4명을 돌본다는 육씨는 “가사일 돕는 것도 그렇지만 같이 얘기해 줄 때 만면에 웃음을 띠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식사해결도 문제지만 외로움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불편한 몸에도 1층까지 배웅 나온 어르신의 인사를 뒤로 하고 1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의왕시 노인복지관 ‘아름채’를 찾았다.
‘아름채’는 4천여 명의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고 수공이 위탁한 일자리도 알선하고 있다.
정공녀(44·부곡동)주부는 수공 덕에 생애 첫 직장을 가졌고 이곳에서 매점 일을 보면서 본인으로선 적잖은 한달 60만원을 살림에 보태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그는 “어르신을 대하기가 어렵지만 일은 재미있다”며 “항시 빠듯한 가계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취재를 하는 동안 점심때가 돼 식당 앞에 긴 대열이 복도를 메웠고 어르신 돌보기를 마친 육심영씨와 이미옥씨도 배식을 돕기 위해 아름채로 달려왔다.
이들 세 명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배식판을 직접 나르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수공본사 차원에서 실시하는 일자리나누기에 투입된 주부사원은 수도권과 대전 등 9개 지역 총 620여명.
이들은 독거노인보살피기, 간병도우미, 아이돌보기 등의 일을 한다.
기간은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1년까지로 지난 4월말부터 시작된 의왕지역은 내달이면 끝난다.
주부로서 얻기가 쉽지 않은 일자리를 곧 잃게 될 처지에 놓인 이들은 취재에 동행한 수공 정미화 차장 겉에 바싹 다가가 계속 일하게 힘 좀 써달라고 매달렸다.
정 차장은 “넉넉한 보수는 아니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의미에서 참여하다보니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며 “경제살리기와 나눔경영 실천을 위해 본사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