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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골프 유감

 

가수 최성수를 기억하시는지... 가물가물 하면 기억의 시계바늘을 80~90년대에 맞추고 청바지, 통기타로 상징되는 낭만시절의 가수, 그리고 히트곡으로 ‘남남’, ‘동행’, ‘해후’, ‘풀잎사랑’ 등. 곱상한 얼굴에 슬픈가락의 노래마저 생글거리며 부르는 가수.

이 정도면 대부분 중년들은 기억이 떠오를 것 같다.

며칠전 모 방송사 프로그램 ‘콘서트 7080’에 출연, 찢어진 청바지에 스탠드 마이크를 마구 흔들며 록 가수 못지 않게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자 관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열광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순간 ‘한번 가수는 영원한 가수’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모 월간지에 골프 이야기가 나오는데 뜻밖에 최성수씨가 끼어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최성수씨의 골프 실력이 프로급 수준이란다. 그의 말인 즉, 노래도 열정이고 골프도 열정이란다. 몰입(沒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잘 나갈 때 방심(放心)하면 무너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참 좋은 말이다.

미국 버클리음대(US버클리와는 다름)에 유학하던 때,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골프에 매달렸다고 한다. 사업이나 운동에서 가장 가치 있는 말은 몰입인 모양이다. 그러나 골프란 운동자체가 화제가 될 때마다 기분 좋을 때도 있고, 눈 흘길 때도 있다. 요즘은 골프가 대중화됐다고 하지만 누가 뭐래도 아직은 고급운동이다.

근래에도 중요한 대목마다 골프에 대한 시비(是非)가 발생한다. 누가, 누구와 언제. 이 까다로운 세가지가 조건에 조금이라도 부적절(不適切)하면 골프는 몹쓸 운동이 되고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다. 박세리, 최경주, 양용은 3명의 선수를 떠올리면 국위를 선양한 훌륭한 스포츠 종목이 된다.

하지만 과거 정권때 일인지하(一人之下)만인지상(萬人之上)의 국무총리가 골프 때문에 물러났다. 산불이 크게 나고 집중호우로 어수선한 시국에 골프를 쳐 비난을 받더니, 결국 3·1절에 골프회동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며 자리를 떠나게 됐다. 여기서는 언제, 이것이 가장 중요시 된 셈이다. 만일 국경일이나 기념일이 아닌 날 필드에 나갔더라면 그 정도 분별없는 사람이라고 욕먹었을까?

얼마전 경남지역 일부 기관장들이 직위해제 등 중징계를 받았는데, 지역기업인들로부터 골프와 식사대접을 받고 낙매(落梅)가 됐다. 골프하면 김지하의 담시 오적(五賊)에도 등장한다.

“혁명공약 모자를 쓰고/혁명공약 배지를 달고/가래로 퉤퉤 골프채 번쩍/우매한 국민 저 멀리 비켜서라/골프 좀 쳐야겠다.” 이처럼 일찍이 골프는 밉상이었나 보다. 그 분들이야 축구나 골프, 똑같은 운동인데... 억울해 할지 모르지만... 아직은 다수의 이해(理解)가 필요하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과정도 중요하다. 모처럼 막중한 업무에서 해방되어 파란 잔디를 보면서 백구를 날릴 때 스스로 선민(善民) 혹은 자존(自尊)스럽게 생각한 건 아닌지? 함께 동반한 도우미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지 않고, 교만(驕慢)스러운 느낌을 준 건 아닌지? 큰 돈이든 작은 돈이든 현금이 왔다갔다 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저네들만의 세상’으로 비춰진 건 아닌지?

프로 골퍼들은 일생일타(一生一打), 한 타 한 타를 평생 한 번 치는 것처럼 신중하고 몰입한다고 한다. 아무튼 쉬운 운동이 아니다.

골프하면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고인이 된지 30년이 됐지만 아직도 대접받지 못하는 차지철(박정희 전 대통령 경호실장)씨는 집이 이천이다. 그러다보니 당시 이천에서 문을 여는 골프장 준공식에 당연히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

어느날 골프장에 가던중 갑자기 차를 돌려 서울로 되돌아 왔다.

집 앞을 지나는데 빛바랜 두건을 쓰고 밭일을 하는 노모(老母)를 발견한 것이다. 그 뒤 10·26사태, 그리고 죽는 날까지 골프를 끊었다고 한다. 하나를 보고 전부를 평가할 순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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