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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자기 기준에 만족한 삶을 살아라

 

어떤 이는 세상에 태어나 어영부영 사는 건 인간된 도리에 어긋나며, 직무유기라고 표현하면서 흔적이라도 남기기 위해 치열하게 살 것을 주문하고, 또 어떤 이는 한자락 구름 같은 게 인생인데 아둥바둥 매달린다는 건 추(醜)하다며 무소유(無所有)정신 비슷한 삶을 주장한다.

얼마전 해외거주 동포에게 투표권을 주기로 결정한 뒤 세계 각지에 나가 있는 지역별 한인회장 선출 문제가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남문기, 미주한인총연합회 회장으로 당선된 사람이다. 약간의 동기(動機)가 있어 약 15년전쯤 남문기 회장의 인생을 슬쩍 곁들여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땐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여러 사람중 한 명이었다. 눈덩이는 아래로 굴러가면서 몸체를 키운다.

그때 강렬하게 받은 느낌이, 출발점을 떠난지 얼마 안됐지만 끝내 무사히 목적지까지 굴러 엄청나게 커다란 눈덩이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 뒤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이 내 예감이 맞아 들어가는 것 같아 스스로의 선구안(先球眼)에 대해 얼마나 뿌듯하던지...

얼마전 그의 모교인 건국대학교에서 당선 축하파티에 초청받아 참석했었다. TV나 신문으로 만났던 유명한 사람들이,그리고 웬 정치인이 그리 많이 모였는지 국회를 옮긴 것 같았다. 아마 남보다 열배 바쁘게 살다보니 얽히고 맺힌 소위 인맥(人脈)이 두터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야 할 것 없이 참 많이도 모였다.

정당의 대표들이 모두 참석한 걸 보니 ‘표있는 곳에 정치인이 있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주인공에게 당연히 찬사가 헌사(獻詞)돼야 했지만 몇 사람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식의 연설로 오히려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한 분 정도는 “솔직히 미주한인회가 몇십만인데...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앞으로 관계설정을 위해 바쁜데도 불구하고 위해 참석했다” 이런 멋진 고백(?)도 기대했지만...

경북 의성 출신으로 1953년생.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해병대에 입대, 대학 졸업후 그 당시 최고의 직장이라는 은행에 다니던중,소위 청운의 꿈을 품고 미국으로 향한다. 그때 손에 쥔 돈이 단돈 3백불. 지금은 매출이 30억을 넘는 굴지의 부동산 그룹의 CEO.

15년전 기억을 더듬어 본다. 감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 머리는 귀가 보이도록 짧게 깎고 ‘모든 이들의 꿈이 학위를 받고,금의환향 하는 것’인데 가지고 간 돈은 어느새 다 써버리고 취직을 하려고 안달했지만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처음 택한 게 고층빌딩 유리창을 닦는 청소부였다고 했다.

처음에는 밑을 내려다보면 어지러워서 구토까지 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자 그 위에서 점심도 먹고 낮잠도 즐겼다고 한다. 60층이 넘는 고층에서 좌우로 1m가 넘게 흔들리는 조그마한 받침대 위에서...

어떤 이는 한국의 젊은이는 행복하다고 역설한다. 군대에서 인내, 끈기, 가족... 이런 아름다운 관계를 재인식하기 때문이라나. 어찌됐든 해병대 정신이리라. 귀신도 잡는다고 했으니...

부동산업에 투신한 뒤 자신의 업체인 뉴스타부동산을 사람들에게 선전(宣傳)하기 위해, 골프장에서 티(공을 얹는 조그마한 나무나 플라스틱)에 ‘뉴스타부동산 남문기’라고 이름을 새겨 몇 개씩 뿌려 놓았다고 한다.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다. 작고한 삼성 이병철 회장도 티를 한 개 주우면 오늘 재수 좋다고 싱글벙글 하셨다고 하는데...

올해 남문기 회장을 만나 하루나절 같이 보낸 적이 있다.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연상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스스로 바쁘게 움직인다. 쉴 새 없이 걸려 오는 전화에 일일이 응대를 하고,식사 시간에는 일일이 음식재료를 묻고,한마디로 호기심(好奇心) 천국(天國)이었다. 올림픽경기에 부지런한 사람을 뽑는 종목이 있다면, 금메달은 떼 놓은 당상이다.

‘미국땅에 한인 대통령을 만들자’ 이런 제목의 책도 발간했는데,대부분 허황된 이야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남 회장 인생 자체를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자기 사전에는 얼렁뚱땅, 어영부영이 없다고 한다. 얼마나 어떻게 변신할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명함을 받자마자 뒷면에 무언가 기록을 하고... 특징과 만난 날짜를 기록한다고 하는데 과연 나는 뭐라고 적혀 있을까? 게으르고 생각이 짧은 사람. 이렇게 기록돼 있어도 기분 나쁘지 않다. 자기 기준에 비교할 때 그 정도이면 다행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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