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장진영씨가 위암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지 벌써 8일째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세상에 남긴 작품들만큼이나 슬프고도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화제는 단연 장진영씨 사망 이틀 전에 혼인신고를 한 남편 김영균씨다. 언론 노출을 피하고 있던 김씨가 자신과 고교 동창인 한 신문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결혼을 선물로 주고 싶었다”고 밝혀 다시 한번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두 사람만의 혼인식을 치른 뒤 장씨의 병세는 점점 나빠졌고, 귀국 후 병원에 입원했다. 혼인신고는 장씨가 사망하기 나흘 전 이루어졌다. “내 호적에 (장씨를) 올려 가는 길이 외롭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진영이를 그대로 보내면 세상에 나와의 연결고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 “혼인신고를 안 하면 단순한 남자친구였던 사람으로 남게 되는 것이고 남남이 되는 건데,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 고백했다. 이에 장씨는 “다 나으면 그 때 하자”며 망설였지만 김씨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면서 “저승에서 만나더라도 부부로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그는 혼인신고를 한 아내 장진영씨 재산과 관련한 모든 권리도 장씨 부모에게 일임했다. 김씨는 “진영이만 살려 주면 나랑 안 살아도 좋다, 다른 사람이랑 사는 걸 봐도 좋고, 인연 끊어져도 좋다. 다만 진영이가 살 수 있게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는 아무리 감성이 무디고 세상사에 닳고 닳은 무신경이라도 가슴이 촉촉하게 젖을 수밖에 없다.
김씨의 부친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도 뜻 깊은 마음을 보여주었다. 죽음을 앞에 둔 연예인과 부모 몰래 혼인식을 올리고 혼인신고까지 한 아들의 결정을 존중해주고 빈소를 찾아가 조문하면서 “진영이는 우리 가문의 며느리”라고 한 김봉호 전 국회 부의장의 말은 많은 국민들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시나 소설, 영화, 연극에서 보는 러브스토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픽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사랑을 소망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고 장진영씨와 남편 김영균 씨의 죽음을 초월한 진실한 사랑, 그리고 김영균씨의 부친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며느리사랑은 참으로 아름답고 숭고하기까지 하다. 팍팍한 세상에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