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여건의 악화로 가계소득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가계 빚이 급증, 가뜩이나 회복단계에 있는 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계 빚이 급증하면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사상 최악으로 추락, 금융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에도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빚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발빠른 재정확대 정책과 저금리 기조로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경기침체에도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는 주택담보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완화에 편승해 개인들이 대출을 늘렸고 은행들도 안전한 주택담보대출을 선호한 까닭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가계신용은 697조7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5.7%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부채의 절반 정도는 주택담보대출이다. 반면 가계의 소득은 제자리 걸음이다. 올해 상반기의 명목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502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러한 증가율은 지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부채 상환능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금리 인상 등의 충격이 가해지면 가계 파산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오르면서 이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추세에 있다. 한은은 연말이나 내년초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금리가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과도한 대출을 받은 가계는 원리금을 감당할 수 없어 신용불량이나 파산으로 몰릴 것이 뻔하다. 그 결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돼 금융위기가 다시 촉발될 수 있음은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서 배운 교훈이다.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한 보고서에서 “가계부채가 늘면 금융기관과 가계의 부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저축률이 낮아져 투자가 둔화되고 잠재성장률이 떨어진다”며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도 귀담아 들을만 하다.
정부가 7일부터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것은 집값 상승과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소득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보다 더 좋은 대책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