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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급발진

안병현 논설실장

지난해 7월 조모(62)씨는 6천4백만원을 주고 벤츠 차량을 구입했다. 그로부터 8일 뒤 서울 강동구 모 빌라 지하주차장에서 도로로 나오려고 우회전 하던 중 차량이 굉음을 내며 약 30m를 질주해 화단 벽을 넘어 빌라 외벽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차량 앞면 덮개와 엔진 부분이 파손되자 조씨는 같은 차량을 달라며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판결은 결과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동안 급발진 사고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사고의 입증 책임이 제조·판매업체가 아닌 운전자에게 있다고 판결해 왔기 때문이다. 원인도 알 수 없이 발생하는 급발진 사고에 대해 운전자로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사고의 원인을 입증하기란 불가능한 것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송인권 판사는 지난달 30일 조모(62)씨가 벤츠 차량 수입·판매업체인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사고차량과 동일한 벤츠 차량을 1대를 인도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는 급발진 사고의 입증 책임이 차량 제조·판매업체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첫번째 판결로,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현재 법원에 계류돼 있는 수백건의 급발진 관련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해마다 100건 정도가 발생하고 있지만 원인은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급발진 관련 상담건수는 2004년 80건에서 2007년에는 119건에 달했다. 2005년에는 여성 대법관이 탄 관용차가 급발진해 다른 차량과 충돌했고, 1998년에는 유명 탤런트가 타고 있던 승용차가 갑자기 후진해 가족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자동차 급발진은 현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특수 현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차량 결함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운전자나, 없다고 확신하는 자동차업체나 이를 입증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급발진에 대해 관련 기관과 업체는 서둘러 원인규명과 사후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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