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족들과 함께 ‘해운대’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장면 장면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을 무렵, 보통 일반인이라면 그냥 지나치고 말 장면 하나가 제 가슴을 짓눌렀다. 대형 쓰나미가 덮쳐오는 해운대의 바닷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치는 장면 다음에 언뜻 스친 소방대원들의 출동 장면이 그것이다. 많은 분들이 이민기 씨가 나오는 장면을 감명 깊게 보셨겠지만, 나에게는 이 장면이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내 아버지께서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종사하고 계시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라면 모두 도망치고 싶어 하는 재해의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은 소중한 하나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고자 위험 속에 자신의 몸을 던지고 있었다. 그들이라고 해서 더 강한 심장을 가진 것도, 더 다부진 몸을 가진 것도,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낯익은 주황색 소방복을 입은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의 내달음질이 향하는 방향의 정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나 자신의 목숨이 아깝지 않겠으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급박한 재해의 상황 속에서 가족들이 보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소방대원들은 이러한 원초적인 감정에 빠져들 새도 없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의 구조를 위해 출동하는, 아니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스치듯 지나간 짧은 장면에서 참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밀려와 눈시울을 적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영화에서 본 끔찍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우리 아버지도 인명구조를 위해 출동 하셔야겠지?’라는 생각을 하니, 딸인 나는 소방관이신 아버지를 둔 가족으로서 괜스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버지가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갖고 계신 것이 자랑스러웠고 동시에 슬픈 마음이 들었던 것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었던 감정인 것 같다.
피하고 싶고, 맞서고 싶지 않은 상황. 그 속에서 소중한 인명의 구조를 위해 힘쓰시는 소방대원 분들께,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버지’라는 타이틀로만 보아왔지 아버지의 직업인 ‘소방관’ 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해왔던 못난 딸을 두신 내 아버지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생명을 ‘生’의 길로 이끄는 직업을 어깨에 짊어지신 당신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