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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식토불이’

이창식 주필

가을을 예찬하는 말로 ‘천고마비(天高馬肥)’를 자주 썼다. 하늘이 드높은 가을이 되면 말이 살찐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새는 천고마비가 아니라 ‘천고인비(天高人肥)’로 바뀌었다. 고옥백과가 수확되면서 먹을거리가 풍성해진데다 먹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데도 비만 인구는 늘어만 간다. 우리나라 요리법은 크게 아홉가지로 나뉜다. 무침, 볶음, 튀김, 조림, 곰, 구이, 찜, 절임, 국이다. 요리의 천국으로 알려진 중국 요리법도 기본적으로는 아홉가지로 분류된다. 반차이(拌菜)는 무친 요리, 차오차이(炒菜)는 볶은 요리, 자차이(炸菜)는 튀긴 요리, 라우차이(溜菜)는 오향을 넣은 소금이나 간장에 조린 요리, 웨이차이(菜)는 곤 요리, 카오차이는 불에 직접 구은 요리를 가리킨다. 정차이(蒸菜)는 찐 요리, 엔차이는 절인 요리, 탕차이(湯菜)는 국물 있는 요리를 말한다. 중국이 요리 천국이라지만 우리나라에도 있을 것은 다 있다. 무침은 부침개나 지짐이라고도 하는데 지짐이는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국물이 적고 좀 짜게 끓인 음식도 지짐이라 하고, 지짐질해서 만든 음식도 지짐이라고 하는데 지짐질해서 만든 음식을 뜻하는 지짐이는 부침이나 부침개와 같은 뜻이다. 빈대떡이나 파전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이들 부침개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요리로 손색이 없다. 여러 가지를 한데에 뒤섞는 것을 ‘버무린다’고 하고, 버무려서 만든 음식을 ‘버무리’라고 한다. 겉절이는 ‘겉만 절인’ 것이라는 뜻으로 중국의 엔차이와 비슷하다. ‘조리다’는 ‘졸이다’의 변형으로 찌개나 국 같은 것의 국물이 증발하여 분량이 적어진 것을 ‘졸았다’고 한다. ‘달이다’는 ‘달게 하다’라는 뜻의 ‘닳이다’가 변화한 것이다. 두부나 묵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을 ‘앗는다’고 하고, 물기가 조금 있는 찻잎 따위를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는 것을 ‘덕는다’고 한다. 우리는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러나 먹을거리 즉 요리를 말할 때는 ‘식토불이(食土不二)’로 써야 옳을 것 같다. 먹을거리는 땅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이창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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