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의 비참한 실상은 파란 눈을 가진 사내에게 아픔으로 다가왔다.
당시 천주교 부산교구 소속 신부였던 알로이시오 신부는 소년의 집을 설립, 그 고아들을 걷어 들여 보살폈고 한걸음 더 나아가 재능발굴에도 힘을 쏟았다.
알로이시오 신부에 이어 시설을 물려받은 (재)마리아수녀회도 그 뜻에 벗어남이 없었다. 지난 1979년 창단된 합주단이 모태인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도 이런 배려 하에 탄생했다.
장영주 독주회 협연, 제1회 AVA 아시아 태평양 자원봉사대회 폐회식 초청연주회, 마에스트로 정명훈과의 마스터 클래스, 성남 국제 청소년 관현악 페스티벌 공연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실력을 쌓은 관현악단은 2월 중순 꿈의 무대인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 발을 딛는다.
주변에서 ‘까까머리 소년들의 반란’으로 불리는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가 카네기 공연에 앞서 다음달 5일 오후 7시30분 과천시민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다.
청중에게 선사할 곡은 베르디의 ‘운명의 힘’서곡, ‘La traviata’,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등.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중학생과 코밑이 거뭇거뭇해지기 시작한 고등학생들이 역경을 이기고 올라선 공연엔 정명훈의 아들인 정민이 지휘봉을 잡았고 국립오페라단 ‘아랑’ 주역인 테너 전병호, 오페라 ‘La Boh? me’ Mimi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소프라노 이명주가 함께 한다.
베르디 26개 오페라 중 22번째 작품인 ‘운명의 힘’은 스페인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명작이다. 워낙 유명해 세계 각국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연주될 정도인 서곡은 빠른 템포의 서주에 이어 클라리넷, 오보에, 플롯이 이어받는 멜로디는 애틋하다.
베르디 ‘춘희’는 너무 유명해 오페라 애호가라면 한두 번은 보았을 작품이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저자 알렉산드르 뒤마의 탄탄한 스토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노래는 듣는 이의 심금을 파고든다.
부유한 집안 청년과 창녀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라 트라비아타’는 협연자의 풍부한 음색과 오케스트라의 역량이 합쳐져 청중들의 넋을 빼앗는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은 그의 또 다른 작품 ‘1812년 서곡’과는 대조적이다.
‘1812년 서곡’이 스케일이 크고 힘차다면 ‘교향곡 5번’은 슬픔과 아름다움이 교차한다.
제1악장은 죽음과 같은 우울과 슬픈 무늬를 음악으로 엮어가고 아름다운 가락과 상냥하고 고상한 악절이 제2악장을 받친다.
1, 2악장이 다소 무거운 반면 왈츠풍의 3악장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종교적인 위엄과 정적이 도입부를 지배하는 제4악장은 1~3장에 보여준 주제들이 다른 옷을 입고 등장하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다.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가 카네기 홀 입성에 앞서 호흡을 고르는 이번 공연은 세상을 향한 힘찬 날갯짓이 기다리고 있다.(문의 및 예매:02-509-7700 www.gccs.or.kr/tick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