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과거의 일들을 회상할 때 나쁜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만을 남기려는 특성이 있다.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바로 좋은 기억만 남겨두려는 ‘무드셀라 증후군(Moodcela syndrome)’ 때문이다.
지난 주말 16년간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TV프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TV는…’는 인기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출연해 첫사랑을 찾거나 학창시절 은사, 군대 선후배 등등 추억의 인연들을 찾는 프로로 인기를 끌었다.
이를 지켜봤던 시청자 대부분은 마치 자신이 주인공인 양 대리만족과 함께 추억여행으로 즐거워했다. 첫사랑에 대한 추억은 때로 유행가 가사처럼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여, 꿈처럼 행복했던 사랑이여’로 오버랩 된다. 구약성서 창세기편 5장을 보면 대홍수 이전의 족장들의 계보가 나온다. 아담의 셋째 아들 셋부터 노아에 이르기까지가 소개되는데 그들의 수명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 가운데에 최장수자로 나오는 ‘므두셀라(Methuselah)’는 무려 969세를 살았다고 한다. 여기에서 ‘무드셀라 증후군’이 유래한다는 설도 있다.
이를 두고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아야 지혜로워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작가가 있었다. 버나드 쇼다 그는 ‘므두셀라로 돌아가라’는 작품에서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가운데 가장 존귀한 존재로서 부끄러움이 없을 정도로 성숙해지려면 300년은 살아야 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TV는…’의 종영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인기 프로가 막을 내려서가 아니라 아날로그적인 향수 프로가 또 하나 사라졌다는 점 때문이다. 디지털시대는 선정적이고 중독성이 강하다. 정신이 없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아이돌’의 노랫말이 영 익숙지 않은 세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좋다. 디지털의 속도에 밀릴 때 밀리더라도 때로 한 박자 정도 늦춰, 애써 무드셀라 신드롬에 빠져 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