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東京) 오쿠라(大藏)호텔 뒤뜰에 있는 ‘이천5층석탑’ 반환을 위한 서명운동 결과 마침내 그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일제 강점기에 반출된 이 석탑을 되찾기 위해 2008년 결성된 이천5층석탑 환수위원회(환수위)는 전국적으로 10만4천935명이 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환수위가 지난해 말부터 이천시민과 지역 축제 관광객에게 지난 16일까지 서명을 받은 숫자로 이천시 전체 인구(19만9천125명)의 52.6%에 해당한다. 환수위는 서명자가 당초 목표인 10만 명을 넘어섬에 따라 서명운동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서울이나 이천시에서 이천5층석탑을 주제로 한일 양국의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국제세미나를 여는 등 석탑 반환을 위한 대국민 홍보전을 벌일 계획이다.
또 7월에는 이천시와 환수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석탑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오쿠라문화재단과 반환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5월엔 이천아트홀 앞 광장에 석탑을 이전할 장소도 마련했다.
고려 초기 석탑 양식을 띤 높이 6.48m 규모의 이천5층석탑의 원래 위치는 이천 양정여중 인근으로 1915년 경복궁에서 열린 ‘조선물산 공진회’에 전시됐다가 1918년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에 의해 수천 점의 다른 문화재와 함께 일본으로 반출됐다.
이천5층석탑은 보존 상태가 좋아 거의 훼손이 없으며 조형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수위는 그동안 두 차례나 일본으로 건너가 오쿠라재단과 협상을 했으나 결렬된 바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외국에 나가있는 우리나라 문화재는 10만7천857점으로 일본이 가장 많은 6만1천409점을 차지하고 있으며 18개국 347개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 등에 소장돼 있는 걸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약탈문화재들에 대한 반환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반환대상 문화재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 외규장각에 불을 지르고 약탈해간 것으로 정부는 1991년 프랑스를 상대로 반환협상을 시작했으나 20년 가까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천5층석탑 반환을 위한 서명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협상에 성공해 문화재 반환의 새로운 물꼬가 트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