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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너나 잘해라”

이해덕 논설위원

늦깎이로 출가해 조계종 종정까지 지낸 효봉(曉峰)스님(1888~1966)은 구산(九山)스님과 법정(法頂)스님의 은사이기도 하다. 평안남도 양덕군에서 태어난 스님은 일본 와세다대 법학부를 나와 조선인으로는 최초로 판사가 됐고 평양 복심법원에 근무하던 중 ‘사형선고’를 내린 것에 회의를 품고 홀연 집을 나선다. 그 후 엿장수로 3년여를 떠돌다 금강산 신계사에서 석두화상을 은사로 삭발 출가하니 당시 나이 서른여덟이었다.

평생토록 ‘무(無)’자 화두를 들고 참구했던 스님에게는 ‘엿장수 스님’, ‘판사 스님’, ‘절구통 수좌’, ‘너나 잘해라 스님’ 등 별명도 많았는데 여기엔 다 그만한 사연이 있다.

과거 행적을 숨기고 오직 못 배운 엿장수였다고 자신을 소개한데서 모두들 스님을 ‘엿장수 스님’이라 불렀고, 같은 법원에 근무했던 일본인 판사가 관광차 금강산에 왔다가 우연히 스님과 만나게 돼 그동안 숨겨왔던 판사전력이 알려지자 이때부터 스님은 ‘판사 스님’ 으로 불리게 된다. 또 ‘절구통 수좌’ 라는 별명은 수행을 했다 하면 절구통처럼 꼼짝하지 않고 철저히 했다 해서 붙여졌다.

6.25 한국전쟁 당시 합천 해인사에서 해남 대흥사로 피란을 가다 풍랑으로 통영 용화산 도솔암에 제자들과 함께 머물고 있을 때의 일화다. 한 제자가 효봉스님에게 다른 스님의 잘못을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자, 이를 듣고 있던 스님이 하는 말. “너나 잘해라. 인석아. 너나 잘해!” 하고 야단을 쳤다. 나쁜 짓인 줄 알고 있으면 너나 잘하면 될 것이지 어쩌자고 남의 허물만 고자질 하느냐고 호통을 친 것이다. 그때부터 스님에게는 별명이 한 가지 더 늘었다. ‘너나 잘해라 스님’. ‘흉을 보며 닮는다’는 말이 있다. 선거를 치르면서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흑색선전으로 표를 얻으려 했다면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한 말이다. 이제 내일이면 전국적으로 6.2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유세기간 동안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미사여구로 포장하고, 국책사업의 본질도 제대로 모르면서 남이 하니까 덩달아 떠들어대지나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물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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