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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축구선수 염기훈의 선행

참 아름다운 이야기다. 지난달 19일 프로축구 수원블루윙즈 자유게시판에 고양시 일산에 소재한 국립암센터 소아과 전문의 윤종형 씨가 글을 올렸다. 재발성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입원해 당일 타인의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시행 받은 박모(16)군이 K리그 선수들 중 수원블루윙즈 염기훈을 보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었다. ‘염기훈 선수에게 드리는 부탁이오니 제발 그 녀석이 무균실에서 힘든 싸움을 하는 동안 한 번만 와 주셔서 힘이 돼 주실 수는 없을까요?’ 이 편지를 읽은 염기훈으로부터 박군의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 윤성효 감독은 FA컵 8강전을 이틀 남겨둔 중요한 시기임에도 염기훈이 박군에게 가는 것을 허락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염기훈은 정말로 박군 앞에 섰다. 4년전 백혈병 치료를 한 차례 받았으나 올해 월드컵 직후 갑자기 병이 재발해 지난달 말 골수이식 시술을 받고 현재 회복 중이던 박군은 물론 편지를 보낸 주치의도 놀랐다고 한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윤종형 씨는 “박 군이 축구 얘기, 특히 염기훈의 얘기가 나오면 힘을 내는 것 같아 글을 올리게 됐다”며 “염 선수가 정말 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는데 이번 방문으로 박 군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특히 축구를 좋아하는 청소년인 박군에게 있어 남아공월드컵의 주인공인 염기훈이 일부러 자신을 보러 왔다는 것은 꿈같고 동화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날 염기훈은 월드컵 때 자신이 직접 입었던 유니폼에 손수 사인을 해서 선물했으며 수원에서 입고 있는 유니폼도 함께 전달했다고 한다. 감동적인 것은 박군이 “건강해지면 경기장에서 가서 형이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자, “제일 좋은 자리로 준비하고 옐로카드를 받는 한이 있어도 너를 위한 세리머니를 해줄게”라는 말이다. 염기훈은 이날 개인 성금 2천만원을 국립암센터에 전달하기도 했다. 염기훈의 문병은 당사자인 박군은 물론 가족과 국민들에게 큰 감동과 희망을 선사했다.

우리가 염기훈의 선행에 큰 감동을 느끼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음에도 생명의 희망을 붙잡고 투병 중인 자신의 팬을 위해 직접 달려온 정성이었다. 이것이 진정한 프로이다. 축구에 온힘을 쏟듯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아무쪼록 박군이 꿈에 그리던 염기훈을 현실에서 만난 것처럼, 백혈병이라는 병마를 극복하고 축구경기장에서 ‘염기훈!’을 외치고 더 나아가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기적을 이뤄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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