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이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텔레비전 탤런트로서 영화배우로서, 연극배우로서 또는 연극기획자로서 조재현 씨는 재능과 열정을 갖춘 예술인이다. 조재현 씨는 ‘집행자’ ‘천년학’ ‘한반도’ ‘목포는 항구다’ ‘나쁜 남자’ ‘섬’ ‘영원한 제국’ 등 수많은 영화들과 텔레비전 드라마 ‘피아노’ ‘다모’ ‘야망의 전설’ 등에 출연했다. 또 ‘민들레 바람 되어’ ‘리타 길들이기’ ‘에쿠우스’ 등에도 출연한 연극인이기도 하다. 백상연기대상에서 영화부문 최우수 남자 연기상과 MBC 연기대상 남자 최우수상, SBS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역량 있는 연기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조재현 씨가 지난 1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동안 경기공연영상위원장으로서, 그리고 DMZ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지역 공연영상분야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바 있으므로 그 자리가 아주 낯선 자리는 아닌 셈이다. 조재현 씨가 눈길을 끄는 것은 재단법인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에 취임한 첫 번째 외부인사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경기도지사가 당연직으로 이사장직을 맡아왔었다. 그러다가 전문성 확보와 쇄신 차원에서 공연예술 현장경험이 풍부한 민간인에게 이사장직을 위임한 것이다.
김문수지사는 ‘DMZ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평가를 받고 ‘경기공연희망나누기사업’을 추진하며 영상위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높이 사서 그를 이사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문화의전당 조직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현재 문화의전당과 함께 도립국악당, 5개 도립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는 거대한 예술조직이다. 조재현 씨는 이 단체의 이사장을 맡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호사자(好事者)들의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조재현의 행보가 심상찮다면서 ‘제2의 유인촌’이 되는 것은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현 정권의 이명박-유인촌의 구도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재현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그저 문화계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난 정치 일선에 있지도 않고 그럴 위치도, 생각도 없다. 그저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할 뿐”이라고 정치와 선을 분명히 그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지역 문화예술마저 정치에 휘둘리면 안된다. 조재현 신임 이사장은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처럼 전문적인 기획과 경영을 통해 문화예술의 생명력이 넘치는 전당을 만들어 주길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