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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화가 이중섭

그리스 에게해에 산토리니라는 섬이 그림처럼 떠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꼽았고, 여행자들에겐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이름 난 섬이다.

 

이처럼 기가 막힌 풍광을 자랑하는 ‘신화의 바다’ 에게해는 수많은 영화와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영화 ‘트로이(2004)’에서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브래드 피트)와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에릭 바나)가 결투한 곳이 바로 에게해의 바닷가였고, 이곳 크레타섬 출신의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는 자신의 고향을 배경으로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썼다. 경남 통영에 가면 ‘동피랑’이라는 달동네가 있다.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곳이다. 통영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빼곡이 들어선 집들 하며 미로처럼 나있는 골목길이 산토리니를 닮았다.

 

동피랑은 고창의 안현 돋움볕마을과 함께 전국에 벽화 붐을 불러일으킨 이른바 벽화마을의 원조다. 게다가 동피랑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있어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말이 결코 무색하지 만은 않다.

 

 강렬한 터치의 ‘소’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李仲燮,1916~1956)은 이곳 통영에 머물며 그림을 그렸다.

 

생활고로 전쟁 통에 부인과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낸 뒤 휴전이 되자 부산을 떠나 이곳으로 왔다.

 

공예가 유강렬의 통영학원 2층 다다미방에서 고향 원산 바다를 생각하며 정열적으로 작업을 했다.

 

비록 가족과 떨어져 있었으나 5개월 남짓한 통영생활은 중섭에겐 화가로서 치열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서울로 올라온 중섭은 1955년 1월 미도파화랑에서 생애 마지막 개인전을 연다.

 

그러나 평단의 반응은 냉담했다. 특유의 은박지 그림(銀紙畵)을 음화(淫畵)로 매도한 경찰은 철거를 요구했다.

 

 친구 구상을 만나러 간 대구에서는 빨갱이로 몰렸다. 그림에 빨강색이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 중섭은 절망했다.

 

그 후 정신분열증세를 보이며 고통 속에 세월을 죽이던 중섭은 1956년 9월 6일, 영원한 자유를 획득하고야 만다. 그의 나이 마흔 하나였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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