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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정한 사회의 성난 사회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의 국정지표로 제시하면서 이 말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담론의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과거의 우리는 가난하고 비참한 삶이었고, 오늘날 삶은 과거에 비해 풍요로워졌지만 화가 나 있는 사람들이 많은 상태다.

이 불만사회를 종식시키려면 경제성장이나 복지공여만으로는 부족하고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정도로 공정한 정의가 제대로 서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루저’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해 한을 품게 되는 사람들을 양산하는 제도와 절차, 관행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 공정한 사회는 원칙이 바로 서는 사회이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공평한 사회라고 말하기도 힘들지만 공정한 사회라고 말하기는 더욱 힘든 사회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적용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의 몫을 가로채거나 힘없는 자를 억울하게 하지 아니하며, 윤리도덕적인 측면에서 올바르고 진실 된 것을 뜻한다.

법적인 측면에서 법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며, 학교에서는 수준별로 학생들을 나눠 수업을 하지만 공정한 사회는 열등반에 있는 학생들의 실력이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사들을 배치해주는 사회이다.

공정한 사회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균등한 교육 기회와 진정한 사회안전망의 구축이다. 특히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성도덕교육을 통해 공정성에 대한 가치를 미래세대에 심어주는 것은 토양을 다지는 일이다.

또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의료보험·연금 등의 진정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 사회안전망은 경제상황이 불안할수록 더 중요해진다. 기업에서 최근에는 승자독식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2등, 3등의 몫은 더 줄어들고 있다. 특히 한국은 경제개발과정에서 대기업에 자원과 지원이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모든 사회현상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 만큼 기회의 균등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두 아들에게 “나의 땅을 둘이서 공평하게 나눠 가져라. 절대 싸우지 말라”는 유언장을 썼다.

공평하게 나누려니 싸움이 없을 수 없었다. 결국 ‘정치적 타협’을 이루지 못하고 법원에 ‘유산 토지 균등분할 소송’ 같은 것을 냈다. 판결문은 하나의 문장으로 충분했다. “형이 줄을 긋고 동생이 선택하라.” 아버지의 유산이 얼마나 공평하게 두 형제에게 나눠졌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과정의 주도권을 쥔 쪽에서 결과물의 선택까지 갖도록 돼 있는 사회는 공정하지 못하다. 결과물의 선택을 염두에 두고 과정을 이끌어가는 행위는 공평하게 마무리될 수 없다.

자기가 나누고 자신이 선택하겠다는 심보를 갖고 있는 한 싸움은 중단될 수 없고, 결국 제3자의 판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터이다. 정치인과 관료의 업무는 대부분이 공익을 명분으로 ‘남의 돈’을 쓰는 일과 관련 돼 있다.

현대 복지국가의 최대 과제는 어떻게 하면 정치인과 관료들이 ‘남의 돈’으로 여기는 예산을 ‘내 돈’ 만큼, 그게 안 되면 ‘우리 돈’ 정도로라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감시하느냐다. 공정은 사회 전체가 호흡해야 할 공동의 가치다. 그러나 공동의 가치로 만들기 위해서는 집권층의 자기 채찍질이 선행돼야 한다.

권력이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않고 반성과 절제, 포용을 실천할 때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시민 개개인은 공정의 엄숙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촛불은 스스로 자기를 태우면서 주변을 빛나게 하는 것이지, 자신은 그대로 둔 채 주변을 비출 수는 없다.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패자에게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이고 또 반드시 이뤄야 하는 세상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비정상이 정상, 불공정이 공정으로 여겨질 정도로 병증이 깊다. 심지어 법치와 불법도 혼동한다. 자유를 향한 길엔 구속이, 평등엔 차별이, 정의엔 억압이 따랐다.

반칙과 특혜가 없는 공평과 정의의 사회, 공정한 사회는 성난 사회를 종식시키는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억울해 하는 자가 없는 살기 좋은 그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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