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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단상] 유머의 힘

 

추석과 구정 일년에 두 번, 황혼(黃昏)과 석양(夕陽이)라고 자처(自處)하는 어른들을 모시고 조촐하게 저녁대접을 하는 모임을 가져 왔다.

예의바르거나 주변스럽다는 소리를 탐내어 어른들을 모시는 것이 아니고, 객지 생활이 고향에서 잊혀질까 조바심이 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자리가 어렵지만 즐겁다.

팔십을 훨씬 넘긴 노인들과 막 넘기 직전의 8명으로 구성돼있는데, 두 분이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나서 이젠 6명이다.

최연장자(最年長者)도 최연소자(最年少者)에게 깍듯이 대하는데, 그 나이에 누가 앞설지 모르기 때문이라나.

먼저간 두 분에 대한 회상(回想)으로 대화는 시작되는데, 결코 경건(敬虔)하지 않고, 농담으로 시작된다.

“어제 밤 꿈에서 고스톱 맴버가 정족수(定足數)가 안돼서, 저 높은 곳에서 김형 빨리 보내라고 하더라 내가 간다고 했더니, 타짜라고 당신 먼저 보내라고 합니다…”.

“잘 못 아셨습니다. 저 말고 원장님 오시라고 하던데, 언제 청력 검사 받으셔야겠습니다.”

젊었을 때는 쩌르르 했던 분들이다. 전직 문화원장, 부시장, 국영기업체산하 대표이사, 방송국 임원 등등.

전통이 오래된 도시의 문화원장(文化院長) 자리는 대단한 벼슬이다. 향교(鄕校)의 전교(典敎)만큼 대단한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항상 정도(正道)를 앞세우고 깐깐하게 이루 말 할 수 없는 방송국 상무 출신의 K선생, 말과 행동이 일치해 자칫 원성을 받을 수 있는 언론계에서 보기 드물게 존경을 받는 분이다.

교직을 거쳐 방송계에 입문한 분인데, 선생님이 훨씬 어울리는 분이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4년 간 한솥밥을 같이 먹었고 직장 상사로 십 여년을 모셨지만 나이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반듯해서 아직도 대할 때 마다 어렵다.

과거 같은 직장에 근무 했을 때 일본방송사에서 한국을 방문해 만찬을 가진 적이 있는데, 근엄하던 K선생이 일본말로 이야기를 하니 그 사람들이 포복절도를 하는 것이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웃던데, 눈치를 보니 소위 외설담(猥說談, 일본말:와이담)이다. 배시시 웃으면서(연세 많은 분에게 적당한 표현이 아니지만 다른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슬슬 말하는데, 계속되는 앵콜 요청 때문에 결국은 2시간 정도 소요됐다.

한일협정을 주도한 제 3공화국 이동원 외무부장관이 일본 왕을 만났을 때 이야기가 떠올랐다. 외국의 사신을 접견할 때 아주 조그마한 찻잔을 세 번 마시면 일어서라는 주문이라고 사전 귀뜸을 받았는데, 세잔을 마신 후 비서가 눈짓을 하자, 일본 왕이 오히려 말리면서 주위를 물리고치고 두 사람 모두 파격적으로 즐거워 했단다. 그날 총리이하 대사들이 이 장관의 숙소로 찾아와 “우리 폐하를 즐겁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례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기에 그토록 즐거워하셨습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 왈 “국가 원수와 나눈 이야기는 발설(發說)하지 않는 법이요”라며 잘라 말했다.

그 일이 있은 뒤 이 장관은 귀국 후 사석에서 외설담이었다고 털어놓았다는 일화가 있다.

어쨌든 그날 K선생, 세상에 제일 거짓말 잘하는 직업이 나무 장사인데 그 사람들도 일년에 두 번 바른말을 한답니다.

여름날 굉장히 더울때는 “되게 덥구나!” 그리고 엄동설한에 “아이고 추워!”…, 그 뒤 나무장사가 거짓말을 왜 잘하는지 설명을 했는데, 여기에 소개 할 수는 없고….

“나무 장사, 잘 되는 법이 없습니다. 시퍼렇게 살아있는 그것도 생명인데 무참하게…”, “맞어, 사냥꾼도 잘 되는 법이 없더라”.

그날 얻은 교훈은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꺽지 말것과 유머의 힘, 두가지 였다.

요즘 박근혜식 유머를 모두 즐거워 한다.

찬 바람이 쌩쌩부는 정가(政街)에서 이런 훈풍(薰風)이 계속 불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 구정에도 한 분도 별탈이 없어야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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