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치러진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1교시 언어, 2교시 수리영역이 지난해 시험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BS 교재와의 연계율이 70% 이상으로 대폭 높아져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데 비교적 익숙하게 느껴졌을 수 있지만 연계 문항에도 고난도 문제가 포함돼 최상위권 학생들을 변별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EBS 연계율 70% 이상으로 강화
안태인 수능 출제위원장(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은 이날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수능출제 전체 경향 브리핑에서 “9월 모의평가에서 수리 가형이 어려웠다는 분석이 있어서 좀 쉽게 출제했고 전체적으로 작년 수준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정부의 사교육 경감 시책에 적극 부응하고자 연계율을 강화했다”며 올해 수능시험에서 EBS 교재와의 연계율이 70%로 대폭 높아진 배경을 설명했다.
EBS 교재 연계 방법은 영역·과목별 특성에 따라 개념 및 원리를 활용하는 방법, 지문·자료·문제 상황 등을 활용하는 방법, 핵심 제재나 논지를 활용하는 방법, 문항을 변형하거나 재구성하는 방법, 단순 개념을 묻는 문항들을 융합하는 방법 등이 쓰였다고 안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전 영역의 연계율을 70% 이상으로 맞추되 변별력 확보를 위해 EBS 연계 문제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문항을 적절히 안배했다”며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은 상태에서 EBS 교재로 보완했다면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EBS와 연계하지 않은 30%에 난도 높은 문항이 집중됐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고난도 문항은 골고루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언어·수리영역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워
영역별 출제경향을 보면 언어와 수리영역 모두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인 김성길 교사(인천 연수고)는 “EBS 연계율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언어 비문학에서 까다로운 작품이 출제돼 작년보다 점수가 약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교재를 깊이 공부한 학생들에게는 쉬울 수도 있겠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체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인봉 잠실여고 교사도 “언어영역 지문의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아지고 보기의 개수도 줄어 난도를 낮추는 요인이 됐지만 비문학에선 낯선 작품이 포함돼 전체적으로 작년과 비슷하거나 1~2점 정도 원점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리영역에 대해 이금수 서울 중대부고 교사는 “수리 가형은 9월 모의평가보다 쉽고 작년보다는 약간 어렵게 출제됐으며 수리 나형은 작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심주석 인천 송도고 교사는 “EBS 교재와 문제 해결의 포인트가 동일하고 도형 모형도 똑같이 출제된 문항이 있어 교재를 공부한 학생이면 익숙했을 것”이라면서도 “2~3개 고난도 문항이 포함돼 결국 이 문제를 푸느냐에 따라 최상위권이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웨이중앙교육은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수리 나형의 1등급 구분점수가 2~3점 정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했다.
▲EBS 연계율 ‘체감도’가 변수
실제 수험생들이 느끼는 체감 연계율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학원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EBS 교재나 강의에서 봤던 문제들이 다수 출제된 것은 맞지만, 상당히 까다롭게 비틀어 놓아서 도저히 같은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언어영역 32~36번 문항은 ‘역법 개혁과 그레고리력의 특성’에 대한 고난도의 지문을 깔아놓아 EBS 교재 내용과 연계된 것이라 해도 수험생이 독해하기가 약간 까다로웠을 것이라는 평가다.
서울고에서 시험을 본 송모(개포고 3학년)군은 “언어에서 소설 등 문학문제와 듣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어법 등 비문학이 까다로운 편이었다”고 말했다.
출제본부도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해야만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해 EBS 교재 연계 문제라도 그대로 출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또 연계율에 대한 체감 정도는 상위권이 높고 중하위권 학생들은 낮은 경향이 있어 70% 이상의 높은 EBS 연계율이 자칫 ‘변별력 상실’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출제본부는 변별력이 조금 상실되는 한이 있더라도 EBS 교재 연계율을 확실히 지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시험이 끝난 직후부터 오는 22일 오후 6시까지 홈페이지(www.kice.re.kr)를 통해 문항 및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29일 오후 5시 최종 정답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