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강력부 소속 정재윤 검사(31)가 지난 13일 새벽 숨졌다.
그것도 결혼을 앞두고 예비 처가의 집에서 잠을 자던 중 당한 돌연사여서 안타까움이 크다. 예비 장인과 정겨운 술자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호흡을 제대로 못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승을 달리 했다고 한다.
초임 검사로서 청운의 뜻을 품었을 그가 본격적인 비상을 하기도 전, 그 뜻을 접었다는 소식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신혼의 꿈을 이루고자 했던 평번한 행복마저 이룰 수 없었던 정 검사의 죽음에 검찰 주변은 물론 여론의 아쉬움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 검사는 법조가족이다.
부친이 천안지청장을 역임한 검사출신이어서 그 역시 검사의 길을 걸으며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법조인으로서의 사명감에 더욱 충실하려고 노력했을 터이다.
또 사법연수원 35기로 법조인의 길을 준비하던 시기에 가졌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짧은 삶이 경력 곳곳에 배어있다.
무엇보다 초임 검사로 ‘대한민국 검사’라는 푸른 이상에 수사경험이 보태져 수사검사로서 날개를 활짝 필 시점에 당한 비운이어서 정 검사의 죽음은 국가적 손실이기도 하다.
정 검사는 초임 검사지만 그 실력을 인정받아 젊은 검사들의 선망의 대상인 강력부에 배정을 받았다.
올해 2월 수원지검 강력부로 부임한 정 검사는 드디어 검찰의 칼이 돼 우리 사회를 좀먹는 불의에서 도려내는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8월에는 위조된 신용카드를 전국적으로 대량 유통하려던 조직폭력배와 화성연합파 조직원 20여 명을 검거하는 실적을 올렸다.
또 경기 남부권 중심으로 암약하던 전문 도박꾼 50여 명을 검거하는 등 성과를 거둬 강력사건 해결 뒤에는 ‘정재윤 검사’가 있다는 이야기가 수원지검을 중심으로 흘러나올 정도의 활약을 보였다. 그는 진정으로 수사 검사라는 본연의 길을 걸으며 짧지만 굵은 족적으로 남기고 떠났다. 수사검사가 고급승용차를 뇌물로 받은 ‘그랜저 검사’ 사건이 아직 뇌리에 생생한 즈음에 검사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던 전도양양한 젊은 검사를 보내는 가슴이 아리다.
하지만 정 검사가 남긴 족적은 후배 검사들이 따라갈 이정표로 남아 검찰 조직을 더욱 새롭게 하리라 믿는다.
자기 길을 충실히 가려 했던 젊은 검사의 영면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