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3월 21일자 본보에는 수원의 한 소년 ‘첼리스트’가 결식아동들을 위해 100만원을 수원시에 맡겼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당시 일월초등학교 6학년생이었던 문태국 군이 수원시장실을 찾아 어려운 살림으로 끼니를 거르는 결식 아동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을 시에 내놓았다는 내용이다. 문 군은 그해 3월 18일 경기도 문화의전당 소공연장에서 결식아동 돕기 첼로독주회를 개최하고 입장권 수입금 전액을 결식아동 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던 것이다.
문 군은 이 당시 이미 2001년 음악저널 콩쿠르와 2002년 음악춘추 콩쿠르 1등, 같은 해 난파(성정) 콩쿠르 금상, 2003년 스트라드 콩쿠르 1등, 바로크콩쿠르 1등을 수상했다. 한편 2005년에는 이화경향 콩쿠르 2위에 이어 서혜주 초청 바이올린 독주회에 특별출연하는 등 수원지역에서는 소문이 자자한 첼로 영재였다. 문 군은 이후 2006년 성정음악콩쿠르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대상을 차지하며 국내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그 이듬해인 2007년 미국으로 유학 간 문군은 독일 올덴부르크 청소년 국제 콩쿠르 1위, 2009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국제콩쿠르 3위 등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세계적인 연주자로 성장해가고 있다.
그 문태국 군이 약 4년여만에 고향 수원에서 무대에 섰다. 그것도 세계적인 음악가 김대진씨가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 신년음악회였다. 지난 6일 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경기도문화의 전당 대공연장을 가득 메운 음악팬들은 문군이 협연한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나단조 작품 104’에 완전히 몰입했다. 문군의 신들린 듯한 연주에 손등으로 가만히 눈물을 닦아내는 사람들도 보였다. 17세 소년의 솜씨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원숙한 연주였다. 그의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박수를 멈추지 못했다. 수원은 이미 장한나라는 세계적인 첼리스트를 배출한 음악의 고장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장한나 역시 어린나이에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협연을 한바 있어 이날의 공연은 더욱 뜻이 깊었다. 요요마처럼 섬세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문태국군의 희망이 반드시 이뤄지길 빈다. 이미 열한 살 때 결식아동돕기 독주회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병원을 찾아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는 그의 따듯한 마음이 음악과 어우러져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