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3 (월)

  • 맑음동두천 -0.9℃
  • 맑음강릉 3.2℃
  • 맑음서울 0.4℃
  • 맑음대전 1.2℃
  • 맑음대구 4.1℃
  • 맑음울산 5.2℃
  • 맑음광주 2.8℃
  • 맑음부산 6.5℃
  • 맑음고창 -2.1℃
  • 맑음제주 6.3℃
  • 맑음강화 -1.7℃
  • 맑음보은 0.6℃
  • 맑음금산 1.1℃
  • 맑음강진군 4.1℃
  • 맑음경주시 4.7℃
  • 맑음거제 6.1℃
기상청 제공

[사설] 소 배 갈라야 했던 도청 공무원의 소망

우리나라 전역으로 구제역이 확산된 가운데 이젠 안성에서 조류인플루엔자까지 발생(본보 10일자 1면, 11일자 1면 보도)하면서 축산업계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방역과 살처분을 하는 공무원들은 이제 공황상태에 빠졌다. 구제역 지역의 살처분 작업이 늦어지면서 AI 살처분도 미뤄지고 있다. 일부 시·군에서는 살처분 인원 부족사태까지 겪으면서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축산 관계자는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 정책포털인 ‘G뉴스플러스’가 전한 한 도청 공무원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경기도청 홍보담당관실에 근무하는 김종기(40) 씨의 이야기다. 김씨는 수의직이 아닌 행정직 공무원이다. 지난 2000년부터 수원시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 몇 년 전 결혼해 어린 아들을 두고 있다. 크리스천인 그는 하필 지난해 12월 24일 구제역 살처분 현장에 차출돼 연천군 구제역 현장에 차출됐다. 그가 맡은 일은 독극물 주사로 숨이 끊어진 소의 배를 갈라 땅에 묻는 일이었다고 한다. 죽은 소의 배를 가르는 일은 모두가 기피하는 힘든 일이지만 그냥 묻으면 안된다. 배를 가르지 않으면 땅 속에서 가스가 차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인력 부족으로 일반직 공무원들이 죽은 소나 돼지의 배를 가르는 일을 맡고 있다고 하는데, 김 씨도 이일에 동원된 것이다. 옆 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 때문에 멀쩡한 소를 죽여야 하는 농가주인의 격한 항의와 울음 섞인 하소연을 듣고 속으로만 삭히면서 살처분을 시작했다고 한다. “독약을 주사해 2분 정도 지나 소가 쓰러지면 포크레인이 대형비닐 위로 소를 옮겼습니다. 그 다음 제 차례였어요. 손에 쥔 무쇠 낫으로 소의 배를 힘껏 찍어 20㎝ 정도를 갈랐어요. 내장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찍어야 해서 금세 팔과 다리가 저렸습니다.”

그날 살처분 된 소 45마리 중 35마리의 배를 혼자서 갈랐다고 했다. 유난히 비위가 강한 것도 아닌 그가 이 일을 거의 도맡다 시피 한 것은 군대시절 장교로 복무할 때 몸으로 체득했던 책임감과 공무원이라는 의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직도 그의 가족들은 그날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날 밤 12시 넘어 집에 도착해 아들 머리맡에 성탄선물을 놓아두며 ‘하루빨리 구제역이 종식되기를, 피해를 입는 농가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의 기도가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우리 모두 함께 간절히 기원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