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주위의 정형외과병원들이 한파와 폭설로 인해 때 아닌 특수를 누리는 것 같다. 유년기 시절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하얗게 쌓인 눈을 볼 때 더없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는 출근걱정과 이와 관련해 맞이하게 될 환자걱정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 같다. 기습적인 추위로 온몸이 굳고 눈이 얼어붙어 길은 미끄럽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조금만 주위를 게을리 하면 찰나의 순간 원치 않는 부상으로 한 겨울 내내 우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몸의 뼈는 한번 골절상을 당하게 되면 부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회복하는 기간이 최소 몇 주에서 몇 달씩 걸린다. 일련의 낙상에 따른 부상은 여러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나 고령층에서 발생한 골다공증성 골절은 젊은이들에 비해 치료가 쉽지 않고 결과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주 발생하는 부위로 고관절, 척추, 손목 등이 있으나 이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고관절 골절이다. 노인 고관절골절의 90%는 낙상에 기인한다. 뼈가 약한 여성에서 남성보다 약3배 이상 많다.
얼마 전 아침에 펴든 한 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 ‘올해 40세가 되는 남성들 절반이 94세 이상 산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더 후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렇듯 점점 고령인구의 분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사전에 예방적 노력을 기울여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환자가 고통의 늪으로 빠지는 것을 막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닌가 싶다.
▲골다공증의 예방
65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예방적으로 골다공증을 관리하는 환자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각종학술대회나 모임 등에선 골다공증에 대한 주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일상생활일 것이다. 즉 규칙적인 식사, 충분한 수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운동 등으로 골밀도와 근력 및 평형감각을 잘 유지해 근본적으로 낙상 및 골절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다. 이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전문의와 상담 및 검사를 통해 자신의 골밀도를 체크해 필요시 적절한 골다공증 제재를 선택해 꾸준히 관리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최근에는 근력 및 평형감각에 비타민D의 중요성이 대두돼 골다공증 치료 시 칼슘과 함께 복용해 낙상자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상 여성의 경우 폐경 후 약 2~3년 후 골밀도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다면 이후 2~3년을 주기로 골다공증 수치를 검사할 것을 추천하고, 만약 골다공증으로 진단되면 즉시 약물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요즈음 약제들이 다양해져 주 1회, 월 1회, 3달 1회, 연 1회 요법 등 환자의 성향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남성의 경우는 활동성이 떨어진 환자에 한해 전문의와 상담 후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추가적으로 금연, 적절한 음주습관, 카페인 및 짠 음식의 섭취제한 등을 지키면 더욱 좋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의 치료
70세 이상 골다공증이 심한 노년층에 많이 발생하는 대퇴골 전자부(엉덩이관절부위) 골절은 정형외과의사들의 영원한 숙제이자, 추후 노령 층이 증가할수록 관심을 가져야할 분야다. 현 시점에서 대부분의 대퇴골 전자부 골절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통해 수술 후 약 1~2주 후에는 휠체어 보행 및 부분체중부하가 가능해짐으로 인해 오랜 침상 안정으로 인해 흡인성 폐렴, 혈전 색전증 등 치명적인 내과적 합병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많이 감소했다.
수술을 앞둔 환자의 보호자가 흔히 하는 질문은 “우리 어머님 수술 후 어느 정도 까지 걸을 수 있어요?”이다. 이 질문에 대한 일관적인 대답은 없다고 본다. 예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환자가 사고를 당하기 전의 활동도와 비례한다는 것이다. 비교적 활발히 활동적으로 잘 걷던 환자는 수술 전 약 90%이상의 수준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이는 앞에서 강조했던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 균형 잡힌 일상생활을 강조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때문에 예방을 위해 노력했던 일련의 수고가 혹시 닥칠 부상 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최근 의료기기 및 기술, 개념의 발전으로 필자가 전공의 시절에 비해 치료과정에서 받는 환자들의 고통이 훨씬 줄어들었다.
그리고 보다 짧은 수술시간, 적은 수술상처, 무엇보다 침상안정기간이 줄어들어 환자들이 회복 중 내과적 문제로 고생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하지만 고령을 핑계로 아예 수술 자체를 포기하고 요양원이나 가정으로 발길을 돌리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볼 때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심재천 삼육의료원 정형외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