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한 시의원이 자신을 못 알아봤다는 이유로 주민센터를 찾아가 공공근로 직원에게 행패를 부려 물의를 빚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안이 맞는다면 정신 나간 추태로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던 이 모(23·여)씨는 올 초부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주민센터에서 공공근로 직원으로 근무 중이었다. 그런데 지난 달 27일 오후, 동 주민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이 씨는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상대방은 다짜고짜 “나 이숙정인데…”라고 응답했다. 주위가 시끄러워 잘 듣지 못한 이 씨는 재차 누구냐고 물었고, 상대방은 “나 이숙정인데”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름을 처음 듣는 이 씨는 신원 파악을 위해 한차례 더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나 상대방은 다시 “나 이숙정인데”라는 말만 한 뒤 전화를 끊었다. 10분여가 흘렀다. 오후 3시56분쯤 한 여성이 주민센터에 들어왔다. 여성은 다짜고짜 “조금 전에 전화받은 사람이 누구냐”고 고함을 질렀다. 이 씨가 자신이 전화를 받았다고 말하자 이 여성은 “야, 이X아. 시의원 이숙정이도 모르냐”면서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던지더니 핸드백을 들어 얼굴을 치려했고, 이어 책상의 서류뭉치를 집어던졌다. 이 내용은 민주노동당 이숙정 성남 시의원에게 폭행을 당한 주민센터 여직원의 아버지가 1일 성남시의회 참여마당에 ‘세상에 이런 일이…시의원이’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그는 “시민이 직접 뽑은 성남시의 일꾼이 단지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 사람의 인격을 이렇게 모독할 수 있냐”며 “폭행을 당한 딸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이 시의원을 모욕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시킨데 이어 성남시의회 윤리특위 차원의 공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서둘러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한편 이숙정 의원을 당기위원회에 제소하고, 8일 징계 수위를 결정키로 했다.
일 잘하라고 뽑아줬더니 알량한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경거망동한 결과다. 완장을 차고 나니 뵈는 것 없이 날뛴 꼴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민노당이라면 노동자와 서민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당이 아니던가. 차제에 분수를 알게끔 단단히 잘잘못을 가려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