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술가들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관상을 두고 ‘살쾡이 상’이니, ‘시라소니 상’이라고 했다. 살쾡이는 야행성이며 술수가 뛰어나다. 무리지어 사는 것을 싫어하고 항상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홀로 활보한다. 이웃이 없고 주변 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라소니는 호랑이보다 작아도 더 빠르고 날카롭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간다. 불의에 굽히지 않고 고독하게 걸어간다. 이처럼 동물학적인 면에서 본 관상은 약하지만 이마의 굵은 주름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주자들 가운데 역술가들이 가장 좋다고 꼽은 후보가 손학규 민주당대표다. ‘봉황의 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나라당 탈당한 뒤 범 민주세력을 규합하여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면서도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패하며 본선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손 대표처럼 ‘봉황의 상’으로 분류되는 후보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와 정세균 전 민주당대표가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황새 상’에 속한다고 한다. ‘황새 상’은 전체적으로 청빈하며 깔끔한 성질을 품고 있는 관상이다. 이러한 황새 형은 인격이 높아 중용의 처신에 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그의 툭 튀어나온 광대뼈는 명예운을 상징하지만 말실수로 인해 자칫 구설수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것이 역술가들의 조언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용맹한 ‘호랑이 상’으로 분류된다. 그의 커다란 귓바퀴는 금귀로 불릴 만큼 큰 복을 타고났으며 두꺼운 이중 턱은 열정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좁은 이마는 이 장관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요즘 무상급식문제로 시의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리한 ‘까치 상’이라고 한다. 까치의 상은 주위에 인기가 높아 이들의 도움을 받아 크게 될 상이지만 갸름한 턱은 말년에 인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또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봉황과 같이 상상의 새인 ‘난새 상’으로 성격이 매우 평안하고 여유로운 특징이 있다고 한다. 이밖에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학의 상’을, 그리고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다정다감한 ‘기러기 상’이라고 한다.
이제 곧 이들을 포함한 잠룡들의 본격적인 대권레이스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좋은 관상을 가졌더라도 레이스의 최종 승자는 덕이 있는 사람의 몫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