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방글라데시는 가혹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홍수, 가뭄, 호우로 인한 기아와 빈곤으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었다. 방글라데시의 시민들은 하루 종일 일해서 번 돈의 대부분을 고리대금업자에게 빌린 돈의 이자로 갚아야 했다. 그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들과 가족은 가난에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했고 사실상 고리대금업자의 노예나 다름이 없었다.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는 시민들이 빈곤으로부터 자립 할 수 있도록 무보증 무담보 소액 대출을 시작한 것이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의 효시인 그라민은행(Grameen)이다. 그라민은행은 방글라데시의 모든 마을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는 전국적인 은행으로 기존 은행들이 신용이 없다고 여기는 극빈자들에게 집중을 하고 있다. 이들의 대출 상환율은 약 98%에 이른다 한다.
얼마 전 동구의회에서도 동구에 거주하는 구민 중에 자립의욕은 있지만 신용도가 낮아 금융혜택을 받을 수 없는 저신용 등급자에게 빈곤 탈출과 경제적으로 자립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고자 ‘희망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전에는 본인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개천에서 용이 난다’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의 현실은 불가능하다. 가난이 대물림을 해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이 뚜렷하다. ‘가난은 사람들의 무능력 탓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시스템, 우리가 만든 제도가 이들을 더욱 더 가난’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외환위기와 2009년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는 우리의 경제를 포함해 사회전반을 어렵게 만들었다. 중산층의 붕괴와 빈곤율 증가는 실업양산을 비롯한 노숙인의 확대, 신용불량자의 급증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복지정책 패러다임은 ‘복지에서 노동’으로 변화함으로써 과거의 일시적 또는 일방적인 금전적 지원에서 노동을 통한 자활, 자립으로 정책패턴이 바뀌었다. 특히 창업을 통한 일자리 제공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창업자금이 부족한 빈곤계층의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지방정부의 주요한 정책 목표가 됐다.
동구에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저신용자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 만들어지게 돼 다행이라 생각한다. 구의 재정과 기업체의 지정 기탁금 확보 등 안정적인 재원확보와 대출규모, 신청, 상환 대출조건, 자활의지 없이 돈만 빌리려는 사람들을 선별해 내는 능력, 수혜자 선정 과정 등의 효율적인 관리방안을 위한 제도의 정비가 중요하다. 희망기금 대출로 자활에 성공하신 분들이 자금을 상환하고 다시 필요하신 분에게 대출해주는 선순환구조와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다방면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자원 봉사단을 창단하여 보다 많은 수혜자 발굴과 서민들의 자활을 돕고 나눔과 봉사의 문화 확산에도 기여해 서민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순자 인천동구의원(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