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에 있는 카일라스 산은 하늘을 떠받치는 우주의 기둥이며, 속세의 축(軸)으로 불교와 힌두교, 자이나교, 그리고 티베트 전통 종교인 뵌교의 성지다.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須彌山)’인 카일라스는, 힌두교에서는 ‘메루’, 티베트 사람들은 ‘캉티세’, ‘강린포체’라고 부르는데 ‘눈(雪)의 보석’이라는 뜻이다. 성산(聖山)로 신성시 되는 카일라스는 등반이 허락되지 않는다. 등반이 허락되지 않는 대신 순례객들은 이 산 주위를 도는데 이를 ‘코라(kora)’라고 한다. 코라는 52㎞로 보통 3일이 걸리며 불교에서는 코라를 한 번하면 한 생의 업(業, karma)이 소멸되며, 108번을 하면 해탈(解脫)한다고 믿고 있다.원초불인 차크라삼바라의 관정식(灌頂式)에서는 카일라스가 지구상에서 가장 신비한 곳이고, 세계의 아버지 어머니인 시바와 우마신의 거처라고 가르친다. 1964년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티베트 승려의 계와 달라이 라마로부터 ‘텐진(가르침의 수지자)’이라는 법명을 받은 로버트 서먼은 1970년 태어난 딸에게 이 어머니 여신의 이름을 지어줬다. 훗날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가 된 우마 서먼이다. 할리우드 스타 가운데는 의외로 불교신자들이 제법 있다. 1994년 영화 ‘리틀 붓다’에 출연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멕 라이언, 골디 혼이 불교 신자다. ‘반지의 제왕’,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유명세를 탄 올랜도 블룸은 물론 장동건과 ‘워리어스 웨이’에서 호흡을 맞춘 케이트 보스워드도 있다. 제니퍼 애니스톤은 2005년 정신적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불교에 귀의했다. 또 호쾌한 액션 연기로 유명한 스티븐 시걸은 1960년대 무술 수련을 하다 티베트 불교 신자가 됐다.
사진전 ‘순례의 길’ 홍보를 위해 지난 20일 처음 내한한 리처드 기어는 ‘할리우드의 수도승’으로 불린다. 영화 ‘사관과 신사’, ‘ 귀여운 여인’, ‘시카고’ 등에서 보여준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티베트의 인권운동,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달라이 라마의 제자이기도 하다. 기어는 방한 다음 날 조계사를 찾아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예방하고 예불을 드렸는데 염주를 감고 절을 하는 모습이 불심 깊은 신자답게 진지했다는 후문이다. 기어는 참배 후 자승 총무원장과 지난해 국내 개봉한 영화 ‘하치 이야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깨달음은 온전히 그대로 우리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