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7 (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 설악산 봉정암 등정

 

매년 11월쯤 되면 치러지는 수능시험은 중요한 국가적 행사 중 하나다. 수험생들의 간절한 마음을 전하는 학부모들이 자신이 귀의한 제 종교에 따라 발원(發願)하고 있는 텔레비전 뉴스영상을 볼 수 있다. 설악산 봉정암도 그 발원지 영상 중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여름에 1박2일로 설악산 대청봉을 등정한 후 기왕이면 그 유명한 기도 발원지인 봉정암을 답사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이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은 경험이전과 경험은 상당히 괴리(乖離)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관념과 사실의 거리이기도 하다.

아내와 함께 새벽 별빛을 받아가며 고속도로 이정표를 따라 오색에 도착했다.

상큼한 새벽은 마음을 설레게도 하지만 동시에 중압감이 온몸에 전달되고 있었다. 명산의 정기가 내 온 몸을 관통하고 있음을 감각적으로 인지되고 있다. 그간 지상에서 근육단련 훈련을 나름대로 해왔다. 등산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기압의 무게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근력이 약해진 것도 자신이 게을렀음을 자복해가며 자기에 대한 질책이 쏟아진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선한 성품은 끊임없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해 얻어진 것이 아닌가? 자신의 과오를 참회하고 성찰하는 가운데 얻어진 수행의 결과인 것 같다. 인자(仁者)는 수질(水質)로 치면 1급수에 해당하는 명경지수(明鏡止水)의 경지라 할 만하다. 동시에 대기압의 하중(荷重), 이를 뚫고 상승하려는 나의 정신과 몸, 이 갈등 상황에 적응하다보면 어느 덧 나는 산의 일부가 돼 있다. 거친 호흡과 흐르는 땀이 산골에 부는 바람에 실려 가고 계곡물이 땀처럼 흐르기도 한다.

대청봉에 도착하니 그곳은 벌써 가을이었다. 가을꽃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하늘거리고 고추잠자리가 골바람을 타고 춤을 추고 있다. 최종목적지인 봉정암을 가기 위해선 중청과 소청을 지나야 했다. 아내가 가역반응을 일으킨다. 몸이 무거워 보였다. 그러나 나는 설정된 목적지에 가서 발원하고 다시 되돌아 와야 한다고 유혹했다. 아내의 눈꼬리가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우직한 나의 권유에 못 이겨 봉정암 쪽으로 한동안 내려갔다.

텔레비전에서만 봤던 봉정암. 부처님의 진시사리가 모셔있는 탑으로 올라가 발원한 후, 보잘 것 없지만 맛있게 백미공양을 받은 후 되돌아오려고 발길을 옮겼으나 도저히 대청봉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냥 하산하는 길밖에 없다. 백담사는 아주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산 길. 퍽퍽한 다리는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아내도 힘들어 했다. 그렇지만 나는 또 위한답시고 연신 말을 건넸다. 아이들의 안녕을 기원했으니 모든 것이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며 위로했다. 사실은 자기 최면이었는데, 두 번 다시 가기 힘든 길을 내려왔다.

나의 고집에 아내가 몹시 힘들었지만 따라와 줬고 고마웠다. 아내는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 인생의 동반자, 시대의 동지로 내게 중요한 존재와 의미로 다가왔다. /진춘석 시인

▲1992년 시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택지부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