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그랬다. 좋은 기획물이지만 당장 돈 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출판사에 나머지 시리즈를 개발할 여유는 있는 거냐고, 차라리 돈도 되고 개발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 창작동화 쪽으로 발빠르게 움직여서 시류와 편승하는 게 훨씬 낫지 않냐고.."
고래실 출판사의 조영준 편집장은 '한 편집자의 짧은 독백'이라는 제목으로 연합뉴스와 일간지 출판담당 기자들에게 띄운 편지에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아동역사서 「아!그렇구나 우리역사 5편」(신라.가야)을 마치면서 출판시장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 소규모 출판사가 기획물을 준비하고 광고하기가 힘든 현실을 절감했다는 것.
"보통 책을 내면 초판으로 3천 부를 찍었는데 요즘은 1천 부 정도를 낼 정도로 출판시장이 얼어붙어 있어요. 그나마 대부분 재고처리되는 경우가 허다하죠. 출판시장이 좁아지면서 소규모 출판사의 경우 주관과 고집만으로 기획물을 만들어내는 실정입니다"
올 상반기 출판시장 불황은 경기침체와 맞물려 문을 닫는 출판사가 늘어가고 중견 업체들도 구조조정에 들어간 경우가 많다. 경기의 부침에 따라 출판업계도 궤를 같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출판시장이 직면한 고유의 침체원인도 발견할 수 있다.
도서출판 황금가지의 장은수 편집장은 "신.구간을 구분해 할인율을 적용하는 도서정가제의 기형적 실시는 신간 마케팅을 어렵게 만들었고, 출판사의 콘텐츠 개발 및 투자 소홀 역시 장기적인 침체를 초래했다"며 "영세 출판사는 유행을 따라가는 행태에서 벗어나 전문화에 주력해야 하고 대형 출판사는 국내시장에만 안주하지 말고 세계 유수의 출판사와 경쟁할 수 있는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학고재 손철주 주간은 "방학철인데도 서점을 찾는 독자들이 눈에 띌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다"고 인정하면서, 그 원인을 "독자들의 취향이 달라진 상황에서 그들이 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게을리한 출판업계의 시대착오"에서 찾았다.
최근 들어 실용서나 만화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비해 인문교양서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는 현상은 그러한 '탐구 부족'에 있다는 것. 대중의 말초적인 욕구에는 쉽게 대응하지만 좀더 지속적이고 세밀한 관찰이 요구되는 독자들의 욕구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출판시장 불황을 심각한 수준이 아닌, 일종의 과도기로 보는 견해도 있다. 문학세계의 김요안 기획실장은 "출판계 내외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출판업체별로 다양한 기획을 시도하고 있다"며 지금 시점을 일종의 '숨 고르기'라고 봤다.
도서출판 휴머니스트의 이재민 편집장은 인문교양서 시장이 정체상태에 있다고 말하면서 "예컨대 역사서 분야의 경우 구술사, 생애사, 미시사 등 다양한 형태의 기획이 나오는 등 출판계가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어 전망이 어둡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현 상태를 불황이냐 아니냐를 놓고 이견은 있지만 업계 자체가 기존의 사업방식에서 탈피해 변화된 시장환경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미래M&B의 차익종 기획실장은 "경기침체와 도서정가제 시행 등 외부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출판업계는 좀더 좋은 책으로 독자들을 독서시장에 끌어낼 수 밖에 없다"며 "단순히 감(感)에 의존하던 기존의 편집기획을 버리고 세밀하고 적극적인 시장조사에 바탕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출판인들 스스로 우리 사회의 문제의식을 담아내려는 진지한 노력과 반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독자들이 떠난 것"이라고 꼬집고 "단순히 외국서적 소개와 화제성 소재에만 매달리지 말고 새로운 인간관계, 리더십, 다양한 개성 등 변화된 독자들의 요구에 맞는 책을 찾아내고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