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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공, 록 가수, 변호사, 산부인과 전문의, 백혈병 전문의, 과일 노점상, 포도농장 경영, 젖소농장 경영, 건축가, 양봉업".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는 시인들의 또 다른 모습이다.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가을호)는 시인 10명의 '특별한 직업'을 특집으로 실었다.
김요안 기획실장은 "전업작가는 있지만 전업시인이 없는 현실이다"며 "시인들의 이색적인 전문직업을 살펴보고, 삶의 현장에서 땀흘리고 살아가는 시인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직업의식이 시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알아보려 했다"고 말했다.
시인이자 록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멤버인 성기완(36)씨는 "시인은 직업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시인은 직업이 무엇이어도 상관없고 따라서 시인은 살인자를 포함하여 그 어떤 직업도 가질 수 있다. 그 어떤 직업을 가져도 시인은 떠돌이다"('어느 인디 록 밴드 멤버의 시적인 삶의 스냅들' 중)
시인의 직업과 생활은 시를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용접공인 최종천(49) 시인은 "노동현장에서 생성되는 은유야말로 살아 있는 시다"라고 말한다. "철공장의 대부분의 공구나 설비들은 성적인 은유로 표현하기가 좋다..볼트는 남자의 성기에 너트는 여자의 성기에 은유된다"('노동 현장의 다양한 은유들' 중)
그의 시 '철야 작업'은 시인의 언어감각이 삶의 현장 속에서 생성되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녀석은 남은 한 개/그걸 들고/마누라의 구멍가게로 간다/오늘밤 철야는 이 용접봉/하나만 녹이면 끝이다"
양봉업을 하는 이종만 시인의 시에는 꿀벌을 치면서 느끼는 삶의 고뇌와 성찰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봄이면 불보다 뜨거운/소우도의 동백꽃/그 불길 속으로 벌통을 싣고 간다/환기창, 바람으로 스민 동백꽃 향기를/벌통 속 벌이 붕붕 알리고 있다/이동의 발길 분주하게 한다/벌들의 노래로 섬의 외로움 다 털어 주었다고"('양봉일지.2' 중)
백혈병에 골수이식 수술을 도입한 조혈모세포 이식의 권위자 김춘추(59) 시인. 그는 소아백혈병 내과를 담당했던 시절 맡고 있던 소녀의 죽음 앞에 "닭똥 같은 눈물을 훔치며 닭똥집을 씹고 쐬주를 털어넣다가" 시를 썼다고 한다.
"아가야 온몸에/흰 피만 불어나는 아가야//나는 여윈 너의 엉덩뼈에/쇠못을 박고..아무래도 나는 한 조각 꿈도/못 푸는 요셉이거나 황혼에/쐬주나 까는 애비일 뿐이구나"('요셉 병동' 중)
전원책(49) 시인은 '시를 쓰는 자가 변호사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보다 '변호사가 어떻게 시를 쓰느냐'는 질문을 더 자주 받는다고 토로하고, 젖소농장을 하는 최장균(43) 시인은 "소의 하루가 나의 하루인 것이 좋아서 산다"고 고백한다.
책은 이밖에 산부인과 전문의 강경주(53) 시인, 건축가 함성호(40) 시인, 포도농장주 류기봉(38) 시인, 과일노점상 김유만(45) 시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계간 「문예중앙」의 이경철 주간은 기획 총론에서 "이색 직업 문필가로서 회제가 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며 "자신의 직업 체험을 어떻게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켜 독자들의 삶의 지평을 감동적으로 넓히며 장르별 미학적 수준을 높이느냐"가 중요하다고 평했다. 문학 고유의 가치는 바로 삶의 진정성에서 나온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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