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문화적 이질감을 좁히는 것이 통일을 한 걸음 앞당기는 지름길이죠."
탈북자 출신의 귀순 가수 김영옥(32.여)은 요즘 노래로 남북간 문화 차이를 극복하려는 듯 종횡 무진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미주 지역으로 초청 공연을 다녀 왔고 현재는 북한 인권실상을 알리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와 시민ㆍ사회 단체가 마련하는 무대에 서고 있다.
올 여름에는 부산 해운대, 대천ㆍ낙산 해수욕장을 돌며 이브, 왁스 등 유명 가수와 함께 해변 콘서트 투어에 참가해 피서객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웬만한 공연은 직접 MC도 볼 정도로 뛰어난 말솜씨를 자랑하는 그는 알고 보니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한국자유총연맹의 통일 교육 전속 강사로 전국 팔도 강산을 누비고 있었다.
"중고등학생, 경찰서, 민방위 교육장 등 각 계층의 사람들에게 한달에 절반을 강의하러 다닙니다. 탈북자가 많고 매스컴에서 북한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도 사실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잘 모르잖아요.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부러 평양 사투리를 진하게 섞어서 진행하고 대표적인 북한노래 `휘파람', 반갑습니다'로 거리감을 좁히면 참 좋아들 하시더라고요."
이같은 활동은 김영옥이 1988년부터 함경북도 지방예술단체에서 성악가로 10년간 활동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통일에 보탬이 되고 싶은데 제가 가장 자신있는 게 노래였어요. 문화, 예술은 피부에 직접 와 닿는 것이니까 정치ㆍ경제 교류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거든요."
인터뷰 도중 이야기는 자연스레 탈북에 대한 계기로 넘어갔다.
"배가 고파서 탈북하는 사람이 많지만 제게는 철저히 출신 성분에 따라 길이 정해지는 계급 사회에서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김영옥은 1971년 김일성 종합대학을 나온 사회과학원 연구소장의 막내딸로 평양시 대성구역 림흥동에서 태어난다.
그 당시만해도 출신성분이 아주 좋았으나 아버지가 74년 대규모 숙청때 누명을 쓰고 반동분자로 몰려 함경북도 무산으로 쫓겨가면서 출신 성분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조선시대 양반에서 상놈으로 강등된 것과 마찬가지죠. 학교에 가도 친구들이 놀아주지도 않았죠. 출신 성분이 안 좋으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그 실력을 펼 수가 없었어요."
탈북을 결심하게 된 데는 가족들의 힘도 컸다. 인텔리였던 어머니는 그에게 "나가서 새 삶을 찾으라"고 독려해 주셨단다.
그해 1998년 4월19일 새벽 1시께 경비병의 경계가 소홀한 틈을 타 두만강을 혼자 헤엄쳐 건넌 그는 중국 베이징에서 불법 체류자로서 마음 졸이는 생활을 시작했다.
식당에서 접시닦이를 비롯해 안해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떳떳치 못한 신분이라 거처를 계속 옮겨야 했던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가짜 신분증으로 남의 행세를 해야 하니까 석달 쯤같이 있으면 신분이 거의 탄로가 나죠. 철새처럼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게 참 싫었어요."
그러다 2000년 가을 한국에 가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내 이름 석자를 당당히 밝히고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제3국을 통해 입국해야 했기 때문에 동남 아시아 몇나라를 거치면서 며칠동안 아무것도 못 먹어 길바닥에 쓰러지기도 여러번이었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죽을 고비도 몇번 넘긴 끝에 동남아시아 한 나라의 한국 대사관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대사관을 거쳐 남한땅을 밟은 것은 2001년 3월.
2001년 탈북자 정착시설인 하나원에서 3개월간 교육을 받으면서 그의 노래를 눈여겨 본 사람들의 권유로 탈북 예술인들과 함께 활발한 공연활동을 하게 됐단다.
또한 평양학생소년궁전무용과를 졸업한 무용가 김옥인씨를 만나 탈북자 예술인 모임인 `백두한라예술단'을 조직, 요즘은 시민사회단체가 마련하는 각종 행사를 찾고 있을 뿐 아니라 무용밴드 2명과 함께 `P.S클럽'(평양서울 약칭)도 운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귀순한 뒤 다니기 시작한 영락교회에서 성가대로 활동하면서 `평화의 노래', `부흥' 등 복음송과 봉선화, 임진강 등 가곡을 담아 `통일 복음의 노래'라는 음반을 취입하기도 했다.
오는 13일 오후 8시에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백두한라예술단 멤버 8명과 `북한 인권개선을 염원하는 콘서트'를 선보인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탈북자동지회 등이 주최하는 무대로 가수 고현욱, 박완규를 비롯해 최초의 탈북시인 김성민 등이 함께 출연한다.
인터뷰 말미에 고 정몽헌 회장의 자살 소식에 대해 묻자 "큰 충격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