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범야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공개 지지가 ‘정치인 안철수’ 행보의 신호탄으로 간주되면서 10.26 서울시장 선거 이후 그의 행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 원장의 24일 박 후보 지지 이벤트는 ‘안철수식 정치행보’의 일단을 볼 수 있게 한다.
그는 유세차를 타거나 시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관행에서 탈피했다.
대신 박 후보 선거캠프를 전격 방문해 덕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지지의사를 밝혔고, 다분히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편지 1통만 건넸다.
그는 편지 도입부에 미국 흑인민권운동의 시발점인 ‘로자 파크스 사건’을 상세히 기술, 서울시민에게 ‘행동’(투표)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업체의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최소 비용’으로 투자 효과를 극대화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안 원장은 다시 학교로 돌아갔고 추가 이벤트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정치 등판 시기를 엿보면서 ‘치고 빠지기’ 식의 행보가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의도 정치풍토상 정치권에 일찍이 깊게 발을 들이면 검증 공세로 내상만 입게 된다는 지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안 원장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서더라도 기성 정당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성 정당에 동조하지 않는 세력을 규합한 ‘제3세력’ 신당이 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승리할 경우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등 야당도 후폭풍과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여 실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안풍’이 거셀 경우 전통 야당인 민주당도 ‘헤쳐 모여’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