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을 기점으로 전 세계 인구가 70억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UN에서는 이 특별한 날에 축하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인구의 증가가 축하받을 일 만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한국의 인구도 5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인구가 늘어나면서 도심의 대형 상업건물, 고층건물을 넘어 초고층 건물, 주거 밀집지역 등도 함께 증가해간다.
이런 시설과 함께 화재와 안전사고의 위험도 함께 증가하기 마련이다. 70억 인류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위험의 증가는 인구 증가보다 더 높은 비율로 늘어난다.
소방관으로서 걱정되는 것은 부족한 소방력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시민들이 늘어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소방공무원은 3만4천476명으로 1인당 담당 인구가 1천468명에 이른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소방공무원의 수가 15만4천명이 넘고, 소방서는 1천600여개에 달한다.
소방관 1인당 담당인구는 850여명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240명, 미국은 200명, 영국은 820명 정도라고 한다.
다르게 해석하면 우리나라 소방공무원의 능력이 그만큼 뛰어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단순히 숫자상으로 미국 소방관의 7배의 능력을 지닌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7배의 부담과 7배의 피로를 함께 가져온다. 만성 인력부족, 교대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등의 업무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안전과 연결돼 있다.
그리고 일선 현장의 소방공무원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는 현실이다.
소방관의 평균수명은 전체 공직자 최하위인 59세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섣불리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소방관의 입장이다. 사실 우리 직업을 스스로 생업의 수단이라 생각하는 소방관은 없다.
모든 소방공무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맡은 소임에 최선을다하고 헌신과 희생을 할 수 있는 것은 사명감이라 부를 수 있는 특별한 소명의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을 가지며 업무에 임하는 소방관으로서 인력이 부족하다고 불평하지 않는 것은 위험에 처한 시민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면서 타인을 구하고자 하는 그 마음과도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소방관들은 시민의 믿음과 격려 하나로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강도 높은 현장의 위험을 이겨낸다는 사실을 알아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우리 소방관들은 자신보다 시민들을 먼저 생각하는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변함없는 사실도 잊지 말기 바라며, 다가오는 11월 9일은 49해를 맞는 소방의 날로 재난현장에서 목숨을 바쳐 일하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기 바란다.
/노경환 인천남부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