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내가 근무하고 있는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50대 여성분이 찾아왔다. 그는 “경찰서에 오기 전에는 딱딱한 경찰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부담을 가졌는데, 막상 경찰관과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어줬다. 성의껏 답변을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내가 근무하는 청문감사실은 경찰관의 잘못을 주로 감찰하는 부서인데도 시민들이 찾아와 경찰관들을 칭찬해 주는 말을 들을 때면 이제는 경찰관도 시민들로부터 칭찬받고 인정받는 직업으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은 흡족해 진다.
내가 경찰에 처음 몸담았던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경찰관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았다. 철망으로 둘러쳐져 있던 삭막한 파출소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미간에 11자 주름이 각인된 경찰관의 피곤한 얼굴을 마주하게 되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말로 응대하기 보단 마치 눈싸움을 하듯이 날카롭게 주시하는 경찰관의 모습이었다. 돌이켜 보면 시민들이 범죄 피해를 당하더라도 이런 경찰관과 마주치는 것이 싫어 신고하지 않고 참으면서 피해를 감수할 것만 같았던 씁쓸한 기억이었다.
시민을 탄압하던 일제 강점기 제국주의 순사가 머릿속에 남아 있던 어른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거나 말을 잘 듣지 않는 어린 아이에게 “경찰 부른다”는 말로 겁을 주면서 나쁜 버릇을 고치려고 했던 시절도 있었기에 경찰이라면 무섭게 멀게만 느껴지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았던 것일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경찰관의 환해진 얼굴과 따뜻한 말투, 공손해진 행동과 더불어 국민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찰정신, 산뜻하고 단정해진 제복과 안락하고 환해진 민원실 환경 등 전반이 확연히 달라졌다.
내 나이 50줄에 들어선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마음씨 착하고 성실한 처를 배우자로 선택해 두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고, 다음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게 된 경찰을 내 평생의 직장으로 선택한 것이다.
나는 지금도 경찰관이 된 것을 후회 해 본적이 없다. 오히려 경찰관이 된 것을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시민들에게 이러한 칭찬을 들을 때마다 더 열심히 경찰 업무에 임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고, 사회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경찰관이 돼 대민봉사와 더 나아가 국가를 위해 일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시민 여러분! 이제 경찰관서를 방문하실 때는 가까운 친구와 가족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편안하게 방문해 주십시오. 그리고 진심으로 시민들께 잘하는 경찰관이 있다면 칭찬을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시민들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받은 경찰관들은 시민들을 더욱 공경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경찰은 시민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더욱 친절하고 공정하고 부드럽게, 작은 소리도 귀담아 들으면서 배려하는 감성적인 경찰의 모습을 보여 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용성 수원남부경찰서 부청문감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