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2014년부터 고교 내신성적 산출방식을 현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기로 했다. 교과부가 13일 내놓은 내신개편안에 따르면 성적은 현행 석차에 따른 9등급 상대평가 방식에서 성취도에 따른 6단계로 표시하며,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석차를 표시하지 않고 원점수와 과목평균을 적기로 했다. 특성화고는 내년부터 새 방식이 적용되며, 나머지 고교는 2012~2013학년도 시범 운영을 거쳐 2014학년도에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2006년 ‘내신 부풀리기’에 대한 대안으로 마련된 상대평가제는 사라지게 된다.
교과부는 현행 상대평가 방식이 학생 간 과도한 내신 경쟁을 유발하는데다 최근 강화하는 창의·인성 수업을 활성화하려면 절대평가가 필요하다고 폐지의 이유를 들고 있다. 실제로 1~2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지는 현행 평가방식 아래서 고교 교실은 모든 친구를 잠재적인 적으로 만드는 삭막한 전쟁터로 변질해 있다. 노트를 빌려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공부를 방해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학교 간 실력차이가 무시되는 것도 문제다. 우수한 학생이 모인 학교에선 실력이 있어도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평가도 부작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학교 간 내신 부풀리기가 다시 성행할 가능성이 크다. 교과부는 각 학교의 평균점수가 공개돼 있어 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네 과열된 입시환경에서 그만한 장치로 성적 부풀리기의 유혹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판단일 수 있다. 성적 부풀리기로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학들이 논술과 수능성적의 비중을 높일 것이고 내신 성적은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 특목고와 자율고 우대 등 학교 서열화와 등급화를 가속화할 공산도 적지않다. 절대평가가 부분적인 당위성 면에선 맞지만 입시 지옥으로 불리는 전체 입시환경의 틀 속에선 틀릴 수 있다는 게 우리의 냉엄한 교육 현실이다. 교육 당국은 고교 전체의 내신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을 더 투명하게 만들어가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행 상대평가도 내신 부풀리기의 부작용으로 2006년 시행한 지 고작 5년에 불과하다. 이처럼 잦은 개혁으로 교육정책이 누더기가 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모두가 공감하는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을 자신이 없으면 현 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낫다는 지적을 교육 당국은 다시금 진지하게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