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까지만 버티지 뭐” “사면해 줄껀데 왜 지금 내?”
업무를 하다보면 어느 판단이 옳은 지 혼란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요즘 같이 국민의식이 신장되고 인권 마인드도 정착된 사회풍토에서도 오히려 ‘법을 제대로 지키면 손해 본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어 민원을 안내하는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범칙금 과태료를 체납한 교통위반자들이 하는 말로 “내년엔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어 대대적인 사면이 있을꺼라는데, 구지 지금 내야 되느냐”는 어이없는 내용이다. 우선 소문의 진위를 따지는 건 그만두고 민원인의 편법을 바로잡기보다 사회 전반에 있는 엄연한 법령이 무력화·사문화되고 있는 듯해 힘부터 빠진다.
체납자에게 전화로 납부를 독촉하고 집을 찾아가 압류를 예고한들 어디서 들은 얘긴지 “내년에 큰 선거가 두개나 있어 국민화합차원에서 사면해줄 것”이라며 납부를 거부하는 실정이다. 설령 사면이 있어도 사면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한번 믿음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현행 법규에는 범칙금을 체납할 경우 납부 통보, 즉결심판 통지서발송 2차례, 면허정지 결정통보 등을 90일내로 통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범칙금 납부를 기피하는 운전자들은 등기우편물을 못 받았을 경우 운전면허정지를 집행할 수 없는 점을 악용, 고의로 우편물을 받지 않는 방법으로 행정처분을 회피하고 있다.
이처럼 선거철이 오면 찾아드는 사면조치 등 기대심리 속에서 체납 과태료는 눈덩이처럼 폭증하고 있다. 오해하는 다수의 체납자는 지난 대사면 때 교통사범에 대한 사면혜택을 마치 체납 법칙금까지 본인에게 유리하게 사면해줄 듯이 착각하는데, 부과된 범칙금은 분명히 사면대상이 아님을 알아줬으면 한다.
특히 최근엔 범칙금 체납자에 대해 추적징수를 확행하며, 완납할 때까지 압류조치 등 국세징수법에서 정한 강제절차를 진행해 법을 안 지키면 필히 손해를 입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하루가 달라지는 선진 사회에 걸 맞는 책임지는 모습이 지켜지길 바란다.
/김상겸 가평경찰서 경무과 경무계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