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구시민들께 신고 드리러 가는 길입니다. 늘 다니던 길인데도 약간 긴장도 되고 설레이기도 합니다! 우리선배님들이 힘겹게 걸어가신 길, 저도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언젠가는 산은 길이 되고 우리가 함께 걷다보면 툭 트인 대로도 만들어지겠지요!’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지난 16일 트위터를 통해 밝힌 소회다. 그는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4월 총선에서 대구 출마를 선언했다. 대구출마의 변은 “지역주의의 벽, 기득권의 벽, 과거의 벽을 넘기 위해 대구로 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졸업한 경상도 사람이다. 1991년 ‘꼬마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입문했고 지난 2000년 한나라당에서 군포에 출마해 첫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래 3선을 했다. 운동권 출신이지만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정치 역정은 굴곡이 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조순 두 후보가 신한국당과 민주당 합당을 할 때 남아 한나라당의 창당 멤버가 됐지만 탈당하고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했다. 한나라당의 출신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당내에서의 서러움도 컸다. 오죽했으면 동료의원들에게 ‘한나라당 출신 낙인을 씻어 달라’는 자필 편지를 보냈을까.
김 의원의 평소 꿈은 ‘지역주의가 사라진 정치’라고 했다. 민주당의 마지막 과제인 지역주의를 넘어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그가 TK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민주당 인사로 구분한다. 하지만 대구는 TK의 본거지로 한나라당, 특히 박근혜 전대표의 아성이다. 오죽하면 파란 점퍼만 입혀놓으면 누구라도 당선된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그의 앞길이 평탄치는 않을 것이다. 그는 대구를 총선·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만들고 “죽기를 각오하고 한나라당과 싸워 이겨 반드시 살아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정장선 사무총장(평택을), 장세환 의원(전주 완산을)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김 의원도 대구출마를 선언했으니 당의 인적쇄신을 위한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김 의원의 대구출마 선언을 당권 도전의 승부수라고 해석한다. 물론 예전에 노무현 전대통령이 부산에 출마해 낙선한 뒤 오히려 국민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일도 있다.
그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른다. 지역주의, 기득권이라는 벽을 넘기 위해 민주당 불모지 대구에 출마하는 그의 행보에 국민들은 큰 관심을 갖고 있다.